소아비만은 병 … 찐 음식·잡곡밥 등으로 식단 조절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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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과자·탄산음료 같은 음식은 세상에 처음부터 없었던 음식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인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은경(42·사진) 교수의 철학이다. 유 교수는 이런 음식을 집에 일절 사 놓지 않는다. 어쩌다가 한 번씩 외출을 했을 때나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만 맛볼 수 있는 불량식품으로 여기게끔 교육한다. 아이들의 운동 스케줄도 신경 쓴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놀이·운동시간으로 정해 맘껏 뛰어놀게 한다. 유 교수는 “식생활·운동 부족·스트레스 등으로 소아비만 환자가 많다. 이런 아이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성이 높아져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아 비만은 아이들보다 엄마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유 교수는 “소아비만은 단순히 살이 찐 게 아니라 병이다”고 말했다. 어린이 비만은 80%에서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소아 비만을 일찍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지방간 등 대사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근엔 소아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 소아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 수는 국내에서만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유 교수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소아에게서 당뇨병이 있다는 연구 논문을 낸 연구진이 웃음거리가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몸속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40대 이상이 돼서야 생길 성인병이 30년 이상 앞당겨 찾아온다. 한참 활동해야 할 20~30대에 당뇨병 합병증 등 성인병이 나타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한다.

소아 비만은 성장까지 방해한다. 비만인 아이는 또래보다 일찍 성장하고 성장판이 빨리 닫힌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또래보다 키가 월등히 크지만 성장판이 빨리 닫혀 최종 키는 작다. 자기 몸에 불만족을 갖게 돼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장애, 불규칙한 식습관, 신체 활동 부족 등으로 더 살이 찌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어렸을 때 살은 커서 키로 간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특히 비만인데 키가 작은 아이라면 내분비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유 교수는 “1년간 몸무게가 5㎏ 이상 늘었다면 키도 같이 컸어야 한다. 하지만 살만 쪘다면 갑상선저하증 등 질병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성장 호르몬·스테로이드 호르몬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으면 살도 빠지고 키도 큰다.

소아 비만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 교수는 “아이들의 공부 스케줄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에 1~2시간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운동 시간이 필요하다. 유 교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운동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동네에서 친한 아이끼리 팀을 이뤄 놀이터에서 놀 수 있도록 부모가 나서야 한다. 유 교수는 “월·수·금은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화·목은 운동을 하는 식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삼시 세 끼는 잘 챙겨 먹는다. 한 끼 식사에 단백질 반찬을 최소 한 개씩 꼭 넣는다. 유 교수는 “생선구이·샐러드·달걀 지짐·잡곡밥·된장국 등의 요리를 즐겨 한다”고 말했다. 샐러드 드레싱은 칼로리가 적은 간장 드레싱이나 플레인 요거트에 꿀과 딸기 잼을 섞은 드레싱을 주로 한다. 특히 엄마가 열량의 개념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찌거나 튀기거나 구울 때 열량이 각기 달라진다. 찐 요리가 가장 칼로리가 낮은데 엄마들이 잘 모른다”고 말했다. 비만인 아이는 저지방 우유를 하루에 2잔 정도 권할 만하다.

검진도 필수다. 열 살이 넘은 아이가 과체중이면서 부모에게서 당뇨병이 있다면 대사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유 교수는 “이런 아이는 2년에 한 번씩 소아과를 찾아 대사증후군 검진(공복혈당·허리둘레·HDL콜레스테롤)을 확인해 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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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선 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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