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 때마다 사측 두둔 노동자 신뢰 잃은 공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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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에서 최근 노사분규가 빈발하는 것은 노조 격인 공회(工會)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탓도 크다. 공회가 노동 권익을 보호해주지 못하자 노동자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벌어진 노동쟁의는 그 한 예다.

 당시 40여 명의 청년들이 유명 대형 가전 유통체인점 앞에서 “야근비를 돌려달라, 피땀 흘려 번 돈을 내놔라”며 시위를 벌였다. 해고를 당한 보안직원들이었다. 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 대표, 공회 주석, 해직자 등은 시위 한 달여 전에 만나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노동자 편에 서야 할 공회 주석은 협상 내내 회사 측을 두둔했다. 이에 격분한 해고 노동자들은 집단 시위를 벌이는 한편 인터넷 웨이보(중국식 트위터)와 동영상 사이트에 회사의 위법 행위를 알렸다. 사태는 정부가 개입한 후에야 수습됐다. 베이징시 당국은 회사와 해직자가 약 120만 위안(약 2억원)의 보상금에 합의토록 중재했다.

 중국 기업의 공회는 노조의 성격을 띠지만 실제 다른 점도 적지 않다. 공회의 첫 임무는 공산당의 정책을 노동자들에게 충실히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회가 하는 일이라고는 공산당 교육과 식단 짜기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중국은 공회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면서도 단체행동권은 주지 않고 있다. 파업은 안 된다는 얘기다.

 공회의 역사는 길다. 1921년 7월 중국공산당 설립 직후 출범한 중국노동조합서기부가 뿌리다. 전국 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All-China Federation of Labor)는 530만 개의 하부조직과 약 2억6000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산업별 조직과 지방조직으로 구성되며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해 지도부를 구성한다. 현 서기는 왕자오궈(王兆國·72) 전인대 부위원장으로 오는 10월 16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중화총공회는 정치협상회의의 핵심 참여 단체다. 행정 부처의 성격을 갖는 셈이다. ‘노조가 아닌 회사 복지과’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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