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검정 스마트폰', 삼성·애플 아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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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탁자 위에 스마트폰(붉은색 원)을 놓아둔 채 회의 참석자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재떨이 바로 옆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직접 들고 다니며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종은 대만 업체인 HTC사 제품으로 관계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김정은이 유엔의 대북제재, 핵 실험과 관련해 소집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장면. [조선중앙통신=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3일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전송한 김정은 관련 사진과 동영상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이 해외 언론에 배포한 김정은의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 협의회’ 장면(1월 26일)에는 회의를 주재한 김정은이 탁자 위에 스마트폰 형태의 검은색 휴대전화를 올려놓은 장면이 드러난다. 당국자는 “김정은이 문건 바로 옆에 휴대전화를 두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직접 휴대하고 사용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기실(우리의 비서실) 수행요원이 갖고 다니는 수준이 아니라 핵심 노동당 간부나 가족과의 통화에 실제로 쓰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관계당국은 영상 정밀분석을 통해 이 휴대전화가 대만 업체인 HTC사의 최신형 스마트폰인 것으로 판단 내렸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북한에서는 일반 주민들에게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음성통화와 단문메시지(SMS)만 사용할 수 있다. 당국자는 “김정은과 그 일가, 핵심 간부계층의 경우 인터넷과 데이터 전송이 되는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에게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 등이 맞춤형으로 제공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만 제조업체의 휴대전화를 쓰는 건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폰을 쓰는 데 따른 부담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2008년 체신성과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사가 합작으로 설립한 고려링크를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등에서 반입된 제품에 평양·유경(버드나무가 많은 데서 따온 평양의 옛 별칭) 등의 상표를 달아 보급했다. 슬라이드폰은 ‘밀기식’으로, 폴더폰은 ‘접이식’으로 부르고 화면을 터치하는 휴대전화는 ‘화면접촉수감식’이라고 부른다.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 빠르게 늘어=나기브 샤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150만 명이며 연말까지 17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인구(2400만 명으로 추산)와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예상보다 급속하게 보급되는 추세다.

 한편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평양에 사는 20~50세 주민 중 60%가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며 “일부에서는 아이폰과 노키아 제품 등 스마트폰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형 폰은 미화 600달러로 이는 북한 돈 480만원(평균 월급은 북한돈 3000원)에 해당돼 지방이나 일반 주민은 구입이 어렵다고 대북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지적했다.

 달러화에 대한 북한 원화 공식 환율은 1대 140원 수준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암시세는 달러당 8000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노동자의 경우 한 푼도 쓰지 않고 133년(1600개월)치를 넘게 모아야 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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