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미주 이민 100주년] 교포1.5세 실비아 장 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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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2000년 인구조사에서 하와이의 한인들은 2만3천5백37명으로 하와이 전체 인구 1백21만1천5백37명 중 1.9%에 불과했다.

그러나 하와이의 주하원 부의장은 소수인종인 한인 1.5세다. 더구나 37세의 젊은 여성 의원이다. 실비아 장 룩(사진) 하와이 주하원 부의장은 "한인의 정계 진출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한인이 모두 투표장에 나가 표를 몰아줘도 2%밖에 안나오는데 의회에 들어오는 것이 쉽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녀는 이런 한계를 악바리 같은 한국인의 근성으로 뚫었다. 1998년 변호사로 일하던 도중 하와이 주립대학 시절 함께 학생회 간부로 활동했던 민주당 주하원의원이 그녀에게 출마를 권했다.

주변은 물론 남편까지 "백인 유권자들이 낯선 한인 여성후보의 이름을 투표소에서 기억이나 하겠느냐"며 "괜히 고생만 한다"고 만류했다.

그녀는 포기 대신 발로 뛰는 것을 택했다. 선거운동을 하던 5개월 동안 누와누.아호아 선거구의 5천가구 전체를 세번이나 직접 방문하며 자신을 알렸다. "인종을 보지 말고 열정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2000년 두번째 선거와 지난해 세번째 선거에서도 역시 이 방법을 썼다. 그녀는 "직접 뛰니 선거비용이 들 게 없었다. 처음에는 4만달러를, 두번째.세번째 선거는 2만5천달러 정도를 썼다"고 말했다.

2001년 초 주하원 부의장 후보로 거명될 때는 동료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역시 이들은 젊은 여성인데다 소수인종인 한인이라는 한계를 거론했다. "방법이 없었다. 의원들을 한사람씩 만나 젊은 한인 여성이라도 충분히 부의장으로 봉사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실비아 장 룩 부의장은 지난해 25만달러의 주예산을 쓰는 '하와이 한인 이민 1백주년 기념사업 지원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때도 동료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했다. 지난 15일 2003년 하와이 주의회 개원행사 때 부채춤 등 한국전통문화 공연을 포함시킨 것도 그녀였다.

백인이 주류인 미국사회에서 소수인종의 한계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LA경찰국에서 한인으로는 최고위직인 폴 김 부경찰국장은 "동남아인이 한국에서 경찰 공무원이 되면 어느 자리에까지 승진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치열하게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부국장은 "내가 소수인종의 한계를 느끼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실력과 의욕으로 남들보다 더 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진짜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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