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대형 회계법인 이혼법정서 기밀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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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대형 회계법인 언스트 영의 매출.수익 등 내밀한 재무 정보가 '이혼 법정'에서 전격 공개됐다. 언스트 영은 파트너들이 집합적으로 소유한 개인회사이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일반에 공개할 의무가 없다.

뉴욕 타임스(NYT)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언스트 영의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봅로가 부인과 이혼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베일에 싸였던 대형 회계법인의 내부 정보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바람에 경쟁자들이 뜻밖의 횡재를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에 공개된 재무정보는 2000년까지의 매출.순익과 파트너들의 평균수입 등 회사의 재무상황을 자세히 적시한 것이어서 경쟁사들이 고객회사와 계약을 맺거나 중견 회계사를 채용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다.

공개된 재무자료에 따르면 언스트 영(9월 말 결산)은 2000년 미국에서 4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999년(38억달러)보다 12.3% 늘어난 수치다. 2000년 순익은 13억1천만달러로 전년(13억2천만달러)보다 1% 줄었다.

1천9백명에 달하는 파트너가 2000년에 벌어들인 한 사람당 현금수입은 56만5천달러로 전년(51만5천달러)보다 10% 늘었다.

졸지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당사자 봅로도 당초 예상보다 15배나 많은 이혼 비용을 치러야 했다. 아내에게 이혼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1백만달러를 주겠다고 제의했던 봅로에게 인디애나 해밀튼 고등법원은 1천5백만달러를 내라고 했다.

회계법인 대표파트너의 수입(향후 예상수입 포함)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봉이 2백75만달러(약 32억3천만원)에 달하는 봅로는 이제까지 네 자녀의 양육비 등으로 부인에게 매달 5천달러의 생활비를 제공해왔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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