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할리우드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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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6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제53회 베를린 영화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아쉽게도 올해엔 장편 경쟁 부문에 한국영화가 한편도 올라가지 못했다. 2001년엔 '공동경비구역 JSA'가, 2002년엔 '나쁜 남자''KT'가 초청됐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베를린 진입은 활발한 편이다. 착한 사람이 살기 힘겨운 현대 사회의 모순을 응시한 '복수는 나의 것'(감독 박찬욱), 자신의 성적(性的) 주체성에 눈을 떠가는 유부녀를 다룬 '밀애'(변영주)가 포럼 부문에 초청됐다.

포럼 부문은 실험적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비경쟁 코너. 신인 감독 김진아의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도 같은 부문에 선보인다. 아직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는 미국에 유학을 떠난 여성이 자폐 생활에 빠져 거식증을 앓다가 점차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셀프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한국형 대작영화 논쟁에 불을 붙였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장선우)은 작가.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파노라마 부문에 초대됐다. 1백억원을 넘게 들인 대형영화에 장감독 특유의 불교적 세계관을 녹여 놓았던 이 작품에 외국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주경중 감독의 '동승'은 어린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가 경쟁하는 킨더필름 부문에 진출했다. 곡선미가 돋보이는 한국의 자연을 배경으로 어릴 적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꼬마 스님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각국의 영화가 우열을 가리는 장편 경쟁 부문에서 올해도 할리우드의 강세가 역력하다. 전체 열아홉편(개.폐막작 포함) 가운데 일곱편이 미국영화다. 스파이크 존스의 '어댑테이션', 스티븐 달드리의 '디 아워스', 스티븐 소더버그의 '솔라리스' 등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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