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파일] 스타는 죽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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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만큼 좋은 직업이 어디 있을까. 나날이 성숙해지는 청년기부터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열정을 태우는 전성기를 거쳐 우아하게 늙어가는 황혼기까지 필름에 담아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 전세계 영화팬이 세월을 잊은 채 감상하고 기려주니, 스타야말로 현대의 불사신이 아닐까. 스타의 젊은 시절을 추억해본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 신화가 된 제임스 딘. 그의 짧은 생을 훑어보는 다큐멘터리 '제임스 딘 스토리(The James Dean Story)'(12세.씨넥서스)는 로버트 앨트먼이 제작.연출.편집을 도맡은 1957년 작이다.

24년밖에 살지 못했고, 단 세 작품을 남겼을 뿐인데, 제임스 딘이 사망한 지 겨우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처럼 세밀하고 애정 깊은 다큐멘터리가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제임스 딘의 실제 삶을 조사하고 상상하며,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딘의 트레이드 마크, 즉 외로운 반항아 이미지를 짚어내고 있다.

스물세살에 세상을 버린 리버 피닉스는 제임스 딘에 비해 출연작이 많다. 낸시 사보카의 91년 작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룻밤(Dogfight)'(15세.워너브러더스)은 '아이다호'로 인기를 얻은 후에 출연한 작품이다.

베트남전 파병을 앞둔 해병대원들이 가장 못생긴 여자를 데이트 상대로 데려오는 내기를 한다. 피닉스는 수줍은 웨이트리스 로즈(릴리 테일러)를 파티에 데려왔다가,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에디로 분했다.

감독 사보카는 코멘터리에서 피닉스의 타고난 감수성을 칭찬하며, 그가 살아 생전에 자신의 작품에 출연해 준 것에 감사한다.

다이언 레인이 농염한 러브 신을 보여준 '언페이스풀'은 2002년 작이다. 깜찍한 천재 소녀로 분한 데뷔작 '리틀 로망스(Little Romance)'(전체.워너브러더스)는 79년 작이다. 이 세월의 간극이 새삼스러운지 레인은 '리틀 로망스' DVD를 만들면서 특별 인터뷰에 응했다.

"공연한 로렌스 올리비에경이 새로운 그레이스 켈리라고 칭찬해 주었다" "다리 아래 키스 신을 찍을 때 '토요일 밤의 열기' 주제곡이 흘렀다. 결국 당시 우상이었던 존 트래볼타와 키스한 셈이다"라며 촬영 당시를 회고한다.

아직도 많은 올드팬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여배우 캐서린 헵번. 그녀의 처녀 시절 모습은 조지 쿠커의 33년 작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전체.워너브러더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루이사 메이 올콧 여사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따스한 가족 영화에서, 헵번은 원작자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둘째 조로 나온다. 그때 나이가 스물여섯, 헵번은 소년 같은 매력과 낭만적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빼어난 연기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데뷔 1년 만에 올린 개가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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