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조성원 황금날개 세이커스 V 비상

중앙일보

입력

"이제는 슬슬 다시 날아봐야죠."

'송골매'가 다시 비상(飛上)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프로농구 LG 세이커스는 지난 25일 KCC 이지스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99-93으로 승리, 기나긴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시즌 개막과 더불어 파죽의 4연승을 내달리던 세이커스의 6연패에 팬들은 물론 팀 관계자도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단 한명, 라커룸 앞에서 만난 김태환 감독만은 매번 털털한 웃음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뭐 이런 거 아니겠어요. 다 약이 되겠지요."

지난 시즌에 이어 올시즌에도 '공격 농구는 계속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초반 상승세로 치닫던 세이커스는 11일 이지스전을 시작으로 각 팀의 끈질긴 수비에 막히면서 팀컬러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상대팀들은 세이커스의 주 득점원인 조성원(30.사진)을 집중 마크하면서 공격을 차단했다. 개막전에서 3점슛 9개를 성공시켜 프로 통산 첫 3점슛 6백개를 돌파했던 조선수는 이지스전 이후 평균 2.6개의 3점슛만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집중 수비를 당하다 보니 몸싸움도 많아지고, 자연히 정확한 슛이 나오기 힘들었어요."

팀 주포이자 맏형 조선수가 흔들리니 팀 전체 분위기도 동반 하락했다. 그의 부담을 안다는 듯 김감독은 계속 주문했다."그냥 편하게 해라. 혼자 모든 걸 하려 하지마라."

25일 경기에서 조선수는 김감독의 주문처럼 무리한 슛을 날리지 않았다. 2점슛 1백%(3개).3점슛 50%(2개).자유투 1백%(2개)로 14득점밖에 못했지만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높은 슛 성공률을 보였다.

연패에 대한 김감독의 진단은 간단했다.

"문제는 사기죠.정신적으로 너무 위축돼 있어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뿐이에요."

사기가 살아야 팀컬러인 공격농구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5일 승리는 전환점이었다고 한다.

김감독은 "선수들의 사기가 바닥을 쳤다"고 말한다. 또다시 상대팀이 압박.밀착 수비로 맞선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골 사냥에 수(手)는 많다"며 여유를 보인다.

"힘겹게 다시 펼친 날개를 또 접을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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