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학생 600명 해외로 연 40억원 쏟아붓는 전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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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로 글로벌 체험 해외 연수를 간 전북도 내 초·중학생들이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교육청 관내 공립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전북도]

전주초등학교 5학년생인 한호(11)는 지난 5일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태어난 뒤 첫 해외 나들이다. 2월 28일까지 두 달간 난징(南京)대학의 기숙사에 머문다. 오전에는 중국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영어·수학 공부를 한다. 틈틈이 박물관·왕릉 등 유적지를 탐방하고, 귀국 직전엔 베이징(北京)의 만리장성·천안문도 돌아볼 계획이다.

 사실 한호는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렵다. 엄마는 일찍 죽고 아빠는 얼굴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외할아버지(72) 손에서 자랐다. 1학년 때부터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지난해 9월 전북도의 해외연수 장학생으로 뽑혔다. 비용은 전북도·전주시가 전액 부담한다.

 한호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땅 덩어리가 넓은 중국 대륙에서 많은 것을 보고 실력을 키워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외교관이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법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글로벌 체험 해외연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연수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인재를 발굴해 국제 경험을 쌓게 하자는 취지로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손잡고 학생들에게 해외 탐방을 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1~2주 단기간 해외를 보내기는 하지만 일반 학생들까지 대규모로 선발해 장기간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전북도가 유일하다.

 전북도는 2007년부터 글로벌 체험 연수를 시작했다. 해마다 초·중·고생과 대학생 등 600여 명을 선발해 캐나다·호주·뉴질랜드·중국 등으로 보낸다. 뽑힌 학생들은 해외에 8~48주간 어학연수와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2~3년만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예상 밖으로 인기를 끌자 연례행사로 바꿨다. 지난해까지 6년간 혜택을 받은 학생은 모두 3700명에 이른다.

 해외연수 대상자는 시·군별로 인구 수에 비례해 선발한다. 지난해에는 630명 모집에 2154명이 지원해 3.4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캐나다·호주 등은 지원자가 많아 경쟁률이 10 대1을 넘길 정도다. 전주시 초등학생들의 경우 지난해 캐나다 연수에 선발인원(15명)의 14배가 넘는 212명이 몰리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 프로그램에 매년 30억~40억원을 지원한다. 학생 1인당 투입되는 비용은 500만~1000만원으로 지자체가 60%(중국은 8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낸다. 저소득층 학생은 지자체가 전액 부담한다. 대학생들에게는 1000만원씩을 지원한다.

 올해 내보낼 제7기 글로벌 해외체험 연수 장학생 선발은 4월 1~12일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보다 40명이 많은 670명을 뽑을 예정이다. 초·중학생은 여름·겨울학기로 나눠 8주간 4개국에서, 고교생은 12월부터 12주간 호주에서 연수를 한다. 대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나라에서 48주간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선발기준은 학교 성적 50%, 생활 정도 10%, 어학능력 30%, 면접 10%.

 유기상 전북도 기획관리실장은 “해외 체험 연수는 지역의 인재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 주기 위한 명품교육 프로젝트”라며 “연수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95%에 이를 만큼 성과가 크고 지원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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