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할부 금리 ‘바가지’ … 신차보다 2~3배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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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할부로 살 때 캐피털 같은 여신업계보다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신업계의 중고차 금융상품은 ‘할부 제휴점’(대출 중개인 역할)을 거치는 거래구조라 금리가 신차 금융상품보다 두세 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금융 이용 시 유의사항과 피해 사례, 회사별 금리 비교 등의 정보를 담은 ‘금융소비자 리포트 제2호’를 29일 내놨다. 자동차금융은 차를 살 때 부족한 자금을 금융회사로부터 빌리는 것으로, 연간 120만 명이 이용한다 시장 규모는 ▶자동차대출(오토론) 12조9375억원 ▶할부금융 11조9008억원 ▶리스 8조4160억원 등 33조원이 넘는다.

 리포트에 따르면 신차 대상 자동차금융의 경우 여신업계의 금리가 은행보다 높고, 여신업계 내에서도 최고 두 배까지 차이가 났다. 신용등급 5등급 대출자를 기준으로 은행권 오토론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5.4~8.3% 수준인 반면, 여신업계 평균은 연 8.9~9.5%였다. 오토론이 아닌 여신업계의 할부금융 평균 금리는 연 5.1~10.2%로 최저·최고 금리 격차가 두 배였다.

 업체별로는 오토론의 경우 신한은행이 평균 연 5.4%로 금리가 가장 낮았고, 아주캐피탈이 연 9.5%로 가장 높았다. 할부금융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아주캐피탈(평균 연 5.1%), 가장 높은 곳은 현대커머셜(10.2%)이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캐피털은 대출이 많은 사람도 이용할 수 있고, 대출 승인 절차가 은행권보다 훨씬 간소하다”며 “이런 점 때문에 평균 금리가 은행권보다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를 살 때는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은행권의 오토론을 이용할 때는 금리가 연 6.7% 정도다. 하지만 오토론의 평균 금리는 17.5~24.5%, 할부금융은 17.3~25.6%로 훨씬 높다. 업체별로는 오토론의 경우 현대캐피탈, 할부금융은 우리파이낸셜이 가장 비쌌다.

 이는 할부 제휴점을 통한 간접영업 방식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여신업계의 관행 때문이다. 할부 제휴점에 5~10% 정도의 중개수수료를 떼어주다 보니 대출자가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9월 중 각 금융회사들이 취급한 상품(대출기간 36개월,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의 금리 자료를 취합해 만들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6월 말 취급 잔액 기준으로 규모가 큰 2개 은행과 8개 여신전문 금융회사다.

 조사 결과 일부 금융회사가 별도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물리는 방식으로 금리 부담을 크게 높인 경우도 드러났다. A씨는 한 캐피털사에서 할부금융 금리가 연 7.6%라는 안내를 듣고 2340만원의 돈을 빌렸다. 하지만 회사는 나중에 취급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6.4%에 달하는 150만원을 따로 요구했다. B씨는 연 8%짜리 자동차금융 상품을 이용했지만 별도의 수수료 58만원을 부담해 실제 이자 부담은 연 10%가 넘었다.

 금감원 김용우 소비자보호총괄 국장은 “일부 업체는 자동차금융의 상품구조가 복잡하다는 점을 악용해 금리가 싸다고 속인 뒤 대출이 이뤄지면 별도의 비싼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중도 상환할 경우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식의 소비자 피해도 계속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월부터 별도 취급수수료 폐지=금감원은 3월부터 자동차금융을 이용할 때 이자와 별도로 내는 취급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별도의 취급수수료를 명시하고 대출금리에 반영하도록 해 고객이 내야 할 돈과 이자를 정확히 알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여신사별 자동차금융 금리는 여신협회 홈페이지에 있는 ‘자동차 할부금융 맞춤형 비교공시시스템(www.crefia.or.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금감원은 추후 은행권도 여신사처럼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할 방침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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