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급등 배경·전망] 외국인 끌고 기관은 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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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대세 상승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오를만큼 올랐다고 보는 개인들이 23일 2천억원 이상 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을 쓰지 못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희석되고 증시로 돈이 몰리자 증시 전문가들은 대세상승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지수가 예상을 깨고 줄기차게 오르기 때문이다.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잠시 쉬어가는 조정장세가 나타나겠지만 경기회복세를 살펴가며 저점을 높여가는 전형적인 강세장이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 외국인 '바이코리아'=외국인들은 지난달 1조3천9백억원, 이달 들어 1조3천3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히 사들였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외국인 비중은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인 32%까지 높아졌다.

외국인은 올 들어 미국이 10차례 금리를 내리자 채권에서 주식쪽으로 투자방향을 튼 데다 한국의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가 적정한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실적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은 미국의 우량주인 S&P500지수 포함 기업(평균 27배)의 절반수준인 10~11배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의 원화가치 강세도 외국인들의 매수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 증시는 첨단.수출관련주와 내수관련주가 4대 6의 비율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 부동산과 금융비중이 압도적인 홍콩증시나 반도체에 의존하는 대만에 비해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짜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화증권 임일성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외국인은 주식 평가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며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면서 환율이 떨어지자 다시 환차익을 노리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들어오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동성 장세+경기회복 기대감=외국인의 매수로 시작된 증시 상승세가 최근에는 국내 돈까지 가세해 지수상승에 탄력이 붙고 있다.

22일 기준으로 고객예탁금이 9조5천5백15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간접투자자금인 주식형 펀드도 이달 들어 2천6백17억원 늘어났다.

증시를 옥죄던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미국과 국내에서 잇따라 청신호가 나오면서 많이 누그러졌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와 소매판매.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경기 관련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당초 1%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던 한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1.8%로 집계됐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금리인하와 테러사태 이후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풍부해지고 있다"며 "국내에도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에 투자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 퍼지는 낙관론=내년초 700~800선까지 추가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내년에 기업들이 올해와 같은 실적을 낸다고 해도 지수는 650~66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경기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경우 추가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굿모닝증권 홍성태 투자분석부장은 "투자심리 회복과 자금의 증시유입.외국인 매수세라는 3박자가 어우러지면 상승추세가 강해질 것"이라며 "4분기 실적이 부담이 되겠지만 연말까지 700선이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골드먼삭스도 23일 "한국 증시는 지금이 투자적기이며 지속 가능한 랠리가 시작됐다"며 "내년 1분기 말까지 증시는 800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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