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 쳤나 안쳤나

중앙일보

입력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고 수출이 줄어 3분기 국내 경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성장에 머물렀다.

이같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은 199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높은 것이다.

계절적인 변동을 제외하면 직전 2분기에 비해 1.2% 성장했다. 경기 흐름으로 보면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경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도 일부 나오고 있다.

◇ 경기 바닥쳤나=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것은 경기 회복이 멀지 않았다는 금융시장의 기대감을 통계로 보여준 것"이라며 "서서히 경기가 상승하는 U자형의 경기회복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경제동향실장은 "경기가 가라앉을 곳까지 내려간 느낌"이라며 "하지만 내수만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이 좋아질 때까지 현재 수준이 유지되는 L자형의 경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경기 저점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은 작으며, 반대로 급격하게 치고 올라갈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본다.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한두 분기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기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옆으로 기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鄭국장은 "미국 경제가 내년 2분기에 회복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며, 이 경우 수출이 늘어나 우리 경제도 이때쯤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 향방이 국내 경제의 회복 여부를 결정하리란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센터장은 "3분기 성장률이 여전히 잠재성장률(4~5%)을 밑돌았으므로 내년 상반기까진 재정 투입 위주로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건설.서비스업이 버텼지만=3분기 성장의 속내를 보면 건설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 증가했다. 정부가 신항만.도로를 건설하고 학교를 세우는 등 재정지출을 확대한 덕분이다.서비스업(3.8%)과 민간소비(3.4%)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 했다.

반면 설비투자(-15.4%).수출(-5.5%)이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한은 鄭국장은 "생산.수출이 아닌 건설과 소비가 성장을 이끄는 것은 국제수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건실한 성장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prax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