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사실상 '감산포기'…배럴당 15달러선 무너질수도

중앙일보

입력

14일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조건부 감산' 발표에 세계 석유시장이 폭락으로 응답했다.

이날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1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93달러(8.9%)내린 배럴당 19.74달러로 마감했다.

중동산 두바이유도 이날 28개월만의 최저치인 17.3달러까지 떨어졌다. OPEC은 비회원국이 하루 50만배럴을 감산한다는 조건 아래 회원국들이 내년 1월부터 1백50만배럴을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이번 결정을 사실상 감산 유보 또는 포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2위의 원유수출국인 러시아가 고작 3만배럴만 감산하겠다고 버티고 있고, 3위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감산을 전면 거부하는 등 비회원국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정이 상한 OPEC은 물량 퍼내기를 통한 '유가 전쟁'가능성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보다는 세계 경기하강으로 인한 수요 부진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산유국들의 불협화음까지 겹쳐 당분간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럴당 1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 마저 나오고 있다.

재정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러시아는 유가가 15달러까지 떨어져도 남는 장사라며 증산을 멈추지 않을 기색이다.

미국 석유무역업자인 마이클 버스비는 "러시아의 시장잠식에 제동을 걸기 위해 OPEC 회원국들이 가격전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3년전 OPEC과 비OPEC 산유국간에 벌어진 싸움으로 유가는 10달러까지 하락한 적이 있다.

독일 드레스드너은행의 석유분석가인 메디 바르지도 "OPEC은 러시아가 부담을 느낄 수준까지 유가하락을 용인할 것 같다"면서 "15달러선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로이터통신이 에너지분석가 2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한 결과 내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21.33달러로 올해(평균 25.40달러)보다 4달러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에너지정보국(EIA)도 내년까지는 유가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훈 기자 lj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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