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산의 생명 판화읽기] 철새

중앙일보

입력

길을 잃은 것일까요?
입동 차가운 하늘에 온기를 찾아 철새는 적요를 가르며 날고 있습니다.

지상 어느 곳에 작은 집 하나 짓지 못하고 허공을 방황하고 있습니다.

세상 시름 껴안고 강물은 무심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들은 회한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강물을 비추고 있습니다.

아! 지금 그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요?

처음 꿈꾸던 그길, 세속 때묻은 남루한 일상의 길, 아니면 혹시 길을 잃으신 건 아닐까요?

모든 것 다 버리고 빈 몸 하나로, 영원한 저 달빛을 쫓아가는 새가 부럽습니다.

날은 저물고 달빛은 고요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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