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출범] 한국손익 중간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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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홍병기 기자]뉴라운드 협상에서 한국은 최악의 상황이야 피했지만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은 농업분야와 반덤핑조항 개정을 핵심과제로 삼아 협상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점진적인 시장개방 원칙 대신 결국 사실상 대폭적인 시장개방을 뜻하는 '실질적(substantial)'이라는 표현이 각료 선언문에 들어갔다.

농촌개발과 환경보전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강조하는 '비교역적 기능(NTC)'은 무역을 왜곡하지 않는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는 농산물 수출국가 모임(케언즈 그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단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제채택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추후 협상의 '핵심요소'로 삼지 않고 '고려사항'으로만 명기돼 약발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래도 쌀시장 개방 유예 등을 규정한 '예외조항'에 대해선 어느 나라도 이를 재론하지 않아 UR에서 인정받은 2004년까지의 개방유예 일정을 지킬 수 있게 된 점이 그나마 얻은 것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밖에 반덤핑협정 개정문제가 의제로 채택돼 나름대로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로 '긴급 구제수단의 효용성을 유지한다'는 모호한 문구가 들어감으로써 초안에 있던 '협상의 즉시 개시'조항이 희석됐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반덤핑 조치의 남용 여부를 판단할 때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개발도상국의 발언이 셌던 투자.지적재산권 등 분야 협상과정에서 한국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함으로써 적지 않은 개도국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따라서 앞으로 개도국그룹과의 관계설정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공산품분야에서는 앞으로 관세가 더욱 큰 폭으로 인하될 것이므로 수출에 보탬이 될 것이다. 결국 새로 출범한 다자규범의 수혜국가가 되느냐 여부는 농산물 등의 시장개방 확대로 잃는 것에 비해 공산품 수출 등을 통해 얼마나 더 벌어들이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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