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개소식 접고 탈북학생 지원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개소식 비용을 탈북 학생 지원으로 돌린 강성룡·조셉 김·신영욱·박진원 미국변호사(왼쪽부터). [사진 오멜버니&마이어스]

탈북 청소년 여덟 명이 생애 첫 미국 여행을 떠난다. 미국 법무법인 ‘오멜버니&마이어스’(오멜버니) 한국사무소가 마련해 준 기회다. 오멜버니는 지난해 11월 호텔에서 개소 행사를 열려다 개소식을 생략했다. 4000만원에 달하는 대관료를 아껴 그 돈으로 탈북 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미국 여행을 시켜주기로 했다.

이 학교 학생 8명과 인솔교사 2명은 오는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구글 본사, 그리피스 천문대, 스탠퍼드대학 등을 둘러본 뒤 31일 귀국할 예정이다.

 회사 홍보 효과가 적지 않아 생략하기 힘든 게 법무법인의 개소식이다. 이를 포기하고 “더 의미있는 일에 쓰자”고 결정한 건 법인 내 ‘한국업무팀’의 강성룡·조셉 김·신영욱·박진원 미국변호사다. 한국진출을 앞둔 지난해 8~9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10월 본사에 보고했다. 오멜버니 본사도 긍정적이었다.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해 전체 근무 시간의 6%를 봉사에 할애할 정도로 사회 봉사를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 덕분이다. 브래들리 버트윈 오멜버니 회장은 지난해 말 서울에서 이번 방문에 참가할 학생들을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나 격려하고 초청장도 전달했다.

 “한국사무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강성룡 미국변호사는 “오멜버니가 한국을 돈 버는 장소나 기회로만 생각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비록 저희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국내 다른 외국계 회사들이 한국에서 보다 더 많은 사회 공헌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진원 공동대표 변호사는 “로스쿨 장학금 등 다양한 안을 검토해봤지만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적으로 돕는다는 취지에 따라 탈북 청소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2006년 한겨레중고등학교가 문을 열기 전부터 학교 설립 후원회에 참가해 꾸준히 인연을 맺어 왔다고 한다.

이 회사의 전임 회장은 워런 크리스토퍼 전 미 국무장관(클린턴 행정부)이다. 그 역시 재임 시절 한반도와 북한 인권 문제 등에 여러 방면으로 관여해 왔다고 한다. ‘오멜버니&마이어스’는 미국 로펌으론 11번째로 국내에 입성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