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빛낸 선수들] '쥴리메의 히어로', 자일징요(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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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제9회 멕시코 월드컵대회.

대 회이전 오른쪽다리가 2번씩이나 골절당하는 큰 부상에서 재기한 자일징요는 가린샤가 사라진 그라운드를 메꿔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브라질은 비록 가린샤가 없었지만 66년 영국대회부터 완숙기에 접어든 펠레를 비롯해서 게르손, 토스타오 그리고 신예 스타 리벨리노 등으로 막강 공격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루마니아, 체코슬로바키아와 함께 본선 3조에 속한 브라질은 과달라하라에서 동구의 강호 체코슬로바키아와 첫 대결을 펼쳤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팀은 체코. 전반 12분에 페트라스의 선취골로 앞섰다.

하지만 선제골은 '잠자는 사자' 브라질의 심기를 건드린 것에 불과했다. 전반 24분 신예 골잡이 리벨리노의 동점골이 터지더니 후반 14분 펠레의 그림과 같은 발리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경기를 매조지는 것은 바로 자일징요의 몫. 그는 후반 16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트렸고 20분뒤에는 절묘한 슈팅으로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4-1 브라질의 역전승이었다.

2번째 경기는 지난 대회 우승국은 잉글랜드. 대회 초반 최고의 빅카드였다. 이 경기에서 자일징요는 그의 이름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키는 골을 터트리게 된다. 후반 15분 펠레가 밀어준 볼을 달려들던 자일징요가 논스톱 강슛, 잉글랜드의 골키퍼 고든 뱅크스를 울리고 만 것이다. 1-0 브라질의 짜릿한 승리를 이끈 천금과 같은 슈팅이었다.

3조 마지막 경기는 루마니아와의 대전. 루마니아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펠레의 2골(전반19분, 후반22분)과 자일징요의 2게임 연속 결승골이 터지면서 3-2로 루마니아에 신승, 조1위로 8강전에 진출하게 된다.

8강전 상대는 자갈로 감독의 선수시절 친구인 디디가 이끄는 페루. '친구의 대결'로 명명된 이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한 토스타오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후반 32분 자일징요가 다시 쐐기골을 성공시켜 4-2로 페루를 누르고 4강에 안착하게 된다.

준결승 상대는 1930년과 1950년 월드컵 우승국 우루과이. 역대 대결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힘겨운 승부를 거듭했던 브라질은 다시 한번 경기의 선제권을 우루과이에 넘겨준다. 전반 19분 우루과이의 쿠비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것.

잉글랜드와 페루등 만만찮은 팀을 상대로 경기가 벌어진 과달라하라는 브라질로서는 행운의 도시였을까? 브라질은 다시 한번 역전극을 만들어 나갔다. 전반 종료직전 콜로도알도가 득점 1-1로 전반전을 마친 브라질은 후반들어서 맹공을 퍼부었다. 그 성과는 후반 31분 자일징요의 결승골로 빛을 발했다. 3-1 브라질의 역전승.

자일징요의 결승골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대회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당한 패배를 20년만에 통쾌하게 설욕하는 골이었다.

대망의 결승전, 그 상대는 1934년과 1938년의 우승국, '아주리(Azure)군단' 이탈리아. 결승전 직전, 세계 최강의 공격진을 확보한 브라질의 자갈로감독과 세계 최강의 빗장수비 라인을 구축한 이탈리아의 발카레기감독은 서로 승리를 장담했다.

6월 21일 쥴리메컵의 향방을 가름짓는 휘슬이 10만여 관중이 운집한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울리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은 시작되었다. 먼저 골을 터트린 팀은 역시 브라질. 전반 18분 왼쪽 골라인까지 몰고 들어간 리벨리노가 센터링을 날리자 펠레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헤딩슛, 이탈리아의 골네트를 갈라버렸다. 1-0 브라질의 리드.

이탈리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38분 브라질 수비수 클로도알도가 백패스한 것을 보닌세냐가 재빨리 가로채 브라질 골마우스에 쑤셔 넣었다. 1-1 동점.

1-1동점 상황에서 후반전은 시작되었다. 후반전은 브라질의 공격의 예봉에 이탈리아의 빗장이 여지없이 열리면서 골 세레머니가 이어졌다. 그 골 세레머니의 선두는 '공포의 왼발슛'을 자랑하던 게르손. 후반 21분 자일징요의 어시스트를 왼발로 강슛, 결승골을 터트린 것이다.

이후 후반 26분 게르손이 띄워준 센터링을 펠레가 헤딩으로 떨구자 자일징요가 왼발 논스톱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라 이탈리아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3-1 브라질의 승리가 굳어지는 골이 자일징요의 발에서 터진 것.(이 득점은 월드컵 사상 최초 6경기 연속 득점.)

이후 후반 41분 주장 알베르토의 축포가 이어지면서 결승전 결과는 4-1. 브라질의 압승으로 종료되면서 58년, 62년에 이어 1970년 대회에서 세 번째의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이 쥴리메 트로피를 영원히 소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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