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헤이세이(平成) 대합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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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기(宮城)현의 쓰키다테(築館) 등 10개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다음달 1일부터 구리하라(栗原)시로 통합된다. 다른 지자체도 통폐합돼 71개였던 미야기현의 기초 지자체 수는 45개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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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연호를 따'헤이세이(平成) 대합병'이라 불리는 지자체 재편이 6년간의 통폐합 특례조치 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로 마무리된다. 1999년 3232개였던 시(市).정(町).촌(村)의 수가 다음달 1일 2343개로 줄어든다. 31일까지 추가 신청한 지자체들의 통합 절차가 완료되는 내년 3월 말에는 1974개로 감소할 것이라고 총무성이 28일 발표했다. 연구기관들은 이보다 적은 1820개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 합치나=재정 악화 타개가 가장 큰 목적이다. 지자체별로 적당한 규모를 확보해 효율적인 행정.재정 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일본의 행정구역은 53년에 확정된 체계가 60여 년간 변화가 없었다. 교통망의 발달로 주민의 활동범위는 넓어졌으나 행정단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기초 지자체의 상당수는 인구가 너무 적게 됐다.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별도의 지자체를 유지해 행정 비용 부담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인구 1만 명 이하 정.촌의 통폐합을 유도해 지자체 수를 1000개로 줄인다는 방침을 추진해왔다. 앞으로는 통합 지자체의 예산과 공무원 수 삭감을 유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합병은 표면적으론 지자체 의회의 결의와 주민투표 등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내막에는 중앙 정부가 제시한 재정 특례 등의 강력한 유인책이 크게 작용했다. 이달 말까지 합병 신청을 끝낸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지방교부세 재원을 10년간 현행 수준으로 보장받는다. 현재 47개로 나누어진 광역단체 수를 대폭 줄여 도주제(道州制)를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와테(岩手).아오모리(靑森).아키다(秋田) 등 동북 3현의 통합 논의도 활발하다.

◆해프닝 속출=통합 지자체의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다. 지바(千葉)현의 마쓰오(松尾) 등 4개 정.촌은 통합 단체의 이름을 당초 '태평양'시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전국적인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이름을 바꿔야만 했다. 지역 내 해안선은 고작 8㎞에 불과한데 태평양이란 이름을 독점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이치(愛知)현의 미하마(美濱)정과 미나미치타(南知多)정은 통합시의 이름을 인근 주부(中部)국제공항의 애칭을 따 '미나미 센토레아'로 정했었다. 하지만 국적불명의 이름이라며 주민들이 반발했다. 결국 통합 자체가 무산돼버렸다.

지방의원의 신분을 일정기간 보장해준 결과 인구 9만여 명인 시의 의원 수가 100명이 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나가사키(長崎)현 고토(五島)시는 주민투표로 의회를 해산하고 정원을 대폭 줄인 뒤 새로 선거를 하기로 했다. 지도 출판업계는 때아닌 특수를 만났다. 행정구역 명칭과 경계선이 표기된 지도는 모두 새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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