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삼성-LG 연초부터 법정 공방,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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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비교 광고 관련 100억원대 손해 배상 소송(LG전자→삼성전자), 나흘 뒤엔 LCD 특허 무효 심판 청구(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국내 대표 전자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과 LG가 새해 벽두부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5일 특허심판원에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LCD 패널의 구조 및 설계 관련 특허 3건에 대해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이들 특허는 이미 도시바·히타치 등 일본 업체들이 선행 특허를 낸 것이어서 신규성과 진보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10.1에 쓰인 패널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생산·판매 금지 소송을 낸 데 따른 대응이다.

 앞서 이달 11일엔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100억원대의 소송을 걸었다. LG전자는 소장에서 “삼성전자가 냉장고 용량을 실험 비교한 동영상 광고에서 LG 제품을 폄하해 기업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의 공방은 지난해 LG 최고경영진이 ‘독한 LG’를 강조한 이후 격화됐다. 지난해 9월 26일 구본무 회장은 계열사 임원 300여 명을 모아놓고 30여 분에 걸쳐 “1등 기업이 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반드시 실행하라”고 질타했다. 평소 온화한 성품의 구 회장으로선 이례적으로 ‘날이 선’ 주문이었다. 바로 다음 날 LG디스플레이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OLED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사장단이 법정 공방을 포함해 공세적으로 변한 것은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애플과 삼성이 소송을 벌이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른 회사들이 잊혀진 것처럼 LG가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도 전략적인 면이 크다”고 전했다.

 삼성도 LG의 이런 공세에 밀리지 않고 법적 대응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이 부담스러우나 법적 공방을 걸어오는 데에는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간의 공방은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냉장고 용량 비교 광고와 관련해 “많이 참고 누르다가 소송을 건 것이고 이미 법원에서 삼성이 부당광고를 했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앞으로 법원 판결을 잘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허 소송 전문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구태언 변호사는 “서로를 이기면 1위가 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법적 대응을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업 간에는 신사적인 경쟁 문화가 정착된 곳이 없어 법정 공방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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