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바꿔~" 문학지 잇단 창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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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문예중앙』 등 일부 문예지가 주도하고 있는 문학 계간지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이번 겨울호로 창간하는 열림원의 『문학.판』을 필두로 문학수첩.시공사 등에서 잇따라 문학계간지를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출판사의 공통점은 비교적 탄탄한 자본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가 사장으로 있는 시공사는 대형 서점을 인수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문학수첩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들 출판사가 펴낼 문학계간지는 문단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중성과 전문성을 아우른다는 기획 방향 아래 기존 문학 계간지의 빈틈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이 탄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계간지와 함께 문학 단행본 발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태세여서 문학 독자의 관심이 대폭 이동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가장 먼저 출간되는 『문학.판』의 경우 첫 호 특집기획 주제를 '엽기'로 정해 대중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문학사 속에서 엽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일본 대중문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글들이 실릴 예정이다.

편집 주간을 맡은 소설가 이인성(서울대 교수) 씨는 "이념이나 활동방향을 가지고 있는 몇 개의 계간지가 크게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우리 문학의 빈 자리들이 너무 커졌다"며 "새 계간지 창간은 그 숨통을 틔워주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문학과 사회』의 핵심 멤버였다.

반면 작가가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 문학 계간지가 다수 창간되면 한 작가가 여기 저기 글을 써 계간지 수준의 동반하락을 초래하지 않겠느냐는 일부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상당수 계간지에 나오는 필자들은 늘 보는 얼굴"이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작가들을 비롯해 글 쓰는 인구 전체를 생각해 보면 계간지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시공사는 내년 여름에 창간호를 낸다는 목표 아래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1990년대 문예지 『상상』의 편집장을 지낸 김완준씨를 최근 편집주간으로 영입해 실무를 맡겼다.

김씨는 "문예지 창간을 계기로 시공사가 그간 거의 다루지 못했던 시.소설.평론 등 한국문학 단행본을 꾸준히 출간해 종합 출판사로서 면모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래 전부터 문예지 창간을 검토해 온 문학수첩은 내년 여름호 창간을 목표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종철 문학수첩 주간은 "올 연말까지 구성되는 편집위원단에서 문예지의 구체적인 성격을 결정할 것"이라며 "출판사에 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방향으로 문예지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2001년 겨울호로 『비평』을 계간지로 전환한 생각의 나무도 다음호부터 시.소설 등을 연재할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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