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선 환각적 색상 '환상의 세계로 초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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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일 서울 관훈동 관훈갤러리 3층에서 열리는 염성순(39) 씨의 개인전은 기이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식물과 동물, 돌과 산호의 이미지를 한데 섞은 듯한 기묘한 형상들은 무의식의 원초적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몽글몽글한 선, 부드러운 형태, 환각적인 색상은 여기에 에로티시즘도 결합돼 있음을 나타낸다.

전시제목이기도 한 유화 '나의 심장 나의 모래'를 보자. 물고기 지느러미와 연체동물의 기관을 갖춘 산호와 말미잘의 합성동물같은 형체가 온통 보랏빛 일색의 공간에서 조용히 호흡하고 있다.

'고독'에는 거대한 힘을 가진 다른 세계 생명체의 태아같은 형체가 등장한다. 공중에 떠있는 괴수는 앞발로 바닥의 둥지에 놓인 알들을 만지고 있다. 작가는 "괴수가 어루만지는 알 하나 하나가 우리들 인간"이라고 설명하지만 고독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어린 괴수라는 점이 기이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평론가들이 "이념적인 냄새가 나지 않고 부르주아의 눈요기에 아첨하는 기미도 없고 드물게도 어디서 본 듯한 그런 그림도 아닌"이라고 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들이다.

유화 외에 식물 잎새의 이미지를 증식시켜간 탐미적인 드로잉 작업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미술사의 흐름과 속도는 내 작업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예술가의 심장"이라고 강조한다.

조선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베르사유 미술대에서 수학한 작가의 통산 다섯번째, 1999년 금호미술관 이후 2년 만의 개인전이다. 02-733-6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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