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서양화가 박광진씨 초대전 열려

중앙일보

입력

원로 서양화가 박광진(66) 씨의 초대전이 7~20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과 인사아트센터에서 동시에 열린다.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으로 1992~94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냈고 지난해 서울교대를 정년퇴임한 박씨의 13번째 개인전이다. 상업화랑 두곳이 함께 초대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데다 77년 변화랑 초대전 이후 24년 만의 서울전시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기서 작가가 근래에 화풍을 바꾸었고 이것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박씨는 원래 제주도의 억새밭과 유채꽃 등의 사실적인 묘사로 이름난 구상화가. 이번 전시에도 매우 사실적인 억새와 갈대.유채꽃이 있는 풍경이 등장한다.변신은 화면의 절반 안팎을 기하학적인 세로 줄무늬가 차지하는 새로운 화풍에서 나타난다.

예전의 구상 일변도에서 이제는 추상화면이 함께 들어있는 복합화풍으로 바뀐 것.

가을바람에 하얗게 흔들리며 춤추는 억새들의 군무를 멀리서, 가까이서 묘사한 전형적인 풍경화도 일부 눈에 띈다.

하지만 연작 대다수에는 긴 갈대 줄기가 있을 법한 자리에 갈색이나 청색.흑백조의 수직선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한라산 주변의 억새밭을 그린 '자연의 소리' 연작도 그런 예.

박씨는 "30여년간 전국의 산야를 돌며 풍경을 그려온 만큼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면서 "사물을 단순화하다 보니 추상이 드러난 것일 뿐 기본적으로 나는 여전히 구상작가"라고 말했다.

선화랑(02-734-0458) 에선 소품 위주로 25점, 인사아트센터(02-736-1020) 에선 80호 안팎의 큰 작품 14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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