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LG 3연승 '단독선두'

중앙일보

입력

카오스 이론에 ‘나비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북경에서 나비 한마리가 일으킨 바람이 뉴욕에 허리케인을 불러온다’는 것이다.‘초기 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을 설명하는 말이다.

7일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와의 잠실 홈경기에서 SK 나이츠의 기둥 서장훈을 무너뜨린 것은 세이커스의 작전도,세이커스의 외국인 센터 말릭 에번스(18득점)도 아니었다.서선수는 스스로 무너졌고 나이츠는 96-1백15로 패했다.

서선수는 23분30초밖에 뛰지 못했다.19득점·6리바운드.더 뛸수도 있었지만 최인선 감독은 더 뛰어 봐야 소득이 없다고 보고 기용하지 않았다.LG는 3쿼터 이후 전열이 무너진 나이츠를 신나게 두들긴 끝에 3연승을 거두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맞이한 골밑 찬스에서 나이츠의 테런스 무어(11득점)가 쉬운 골밑슛을 실패했다.서선수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무어를 다독이며 재빨리 수비 코트로 돌아갔다.그러나 이 담담한 마음이 끝까지 가질 않았다.

2쿼터 중반부터 에번스의 부정확한 슛이 몇번이나 림 위를 퉁퉁 튀다가 바스켓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서선수의 점프슛 장면에서 몇차례 에번스의 파울성 수비가 있었지만 심판이 보지 못했다.농구선수라면 누구라도 피가 거꾸로 솟구칠만한 상황이 잇따랐다.

전반을 52-66으로 뒤진 나이츠의 최감독은 3쿼터 4분쯤 서선수의 기분을 바꿔주기 위해 벤치로 불렀다.최감독의 의도와 달리 서선수는 애가 탔다.7분쯤 67-87로 뒤진 가운데 출전 지시를 받은 서선수는 수건을 내던지며 다급히 달려나갔다.

이 모습을 보고 서선수가 아직도 흥분한 상태라고 판단한 최감독은 서선수를 다시 벤치에 앉혔다.여기서 SK는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최감독은 ‘이 한판이 전부가 아니며 시즌은 길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LG는 지난 시즌의 공격농구를 버리지 않았다.조성원(20득점)의 3점슛과 새내기 송영진(25득점)의 힘찬 내·외곽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3경기 연속 1백점 이상을 올리는 화끈한 슈팅 게임으로 관중을 매혹했다.

나이츠도 소득은 있었다.나이츠 벤치는 서장훈의 흥분은 모든 것을 망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장기레이스를 견뎌내기 위한 예방접종.최감독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고 싶었을 것이다.서선수는 이날 밤 잠을 이룰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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