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본격화에도 잠실 중층 단지 '울상'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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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와 미성아파트가 조합을 세우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는데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한강변 초고층(르네상스) 사업이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한동안 재건축 사업에 힘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사업을 추진해 새 아파트를 짓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이고 있습니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서는 2014 12 31일까지 관리처분(조합원이 새집을 받기 위해 들어가는 추가부담금 등을 정하는 재건축 사업 막바지 단계)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합원들의 표정이 왠지 어둡습니다. 주택경기 침체기가 계속되는 데다 당초 기대보다 신축 아파트의 층수가 낮아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오 전 시장 시절 잠실5단지는 인근에 들어서는 123층 높이의 롯데 슈퍼타워(2롯데월드) 높이에 맞춰 용적률 350%를 적용받아 70층까지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뀐 이후 서울시가 초고층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호가는 올랐는데 용적률 낮아 투자성은 글쎄

현재 조합설립을 위한 조합원 동의서제출 안내서에 실린 사업계획안에는 용적률이 당초 계획안보다 90%p 낮아진 260.1%로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 추정치도 공개됐는데요. 현재 공급면적(이하) 110㎡형 보유자가 140㎡형으로 집을 넓히기 위해서는 25300만원을 내야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5단지 아파트 소유자 김모(48)씨는 "현재 재건축 계획안은 지난 2005년 만들어진 정비계획에 따른 것(법정상한 용적률 260%)"이라며 "그 정도의 용적률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용적률 300% 이상을 기대한 새로운 계획을 기다리던 중에 추진위가 사업을 서두르고 있어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잠실 아파트지구 개발 기본계획에 따라 용적률 260.1%로 사업계획안을 만들어 조합을 세운 이후 서울시와 협의해 용적률을 32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용적률을 높이면 더 높게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 부담금도 다소 낮아질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조합원 동의서를 걷어 상반기 안에는 조합을 세울 예정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근 미성아파트(1230가구)도 지난해 재건축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어 지난해 말 조합설립 요건인 동의율 75%를 달성하고 조합을 세우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중개업계는 미성아파트가 가장 먼저 재건축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같은 지번에 있어 함께 재건축 해야 하는 크로바아파트(120가구)가 재건축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신천동 A공인 관계자는 "미성아파트와 크로바아파트는 지난 2011년 재건축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양측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 주도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사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잠실 중층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일대 중개업소에는 투자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다만 거래는 어렵다는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입니다.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는 다소 올랐지만 매수자들이 여전히 관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힌 것이 아니어서 투자자들도 사업 진행 여부를 지켜본 뒤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주택형에 따라 호가(부르는 값)는 지난주에 비해 2000만원 가량 오른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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