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후난성 … 대륙에 번지는 언론 봄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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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남방주말 파업 사태가 중국 언론인들의 기자적 양심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베이징의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매체들이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남방주말 관련 통지문에 강하게 저항했다고 홍콩 명보(明報) 등이 10일 보도했다.

 7일 중국 전역 매체들에 전달된 통지문은 “당에 의한 언론통제는 철칙이다. 남방주말의 출판사고는 퉈전 광둥성 당 선전부장과 무관하다. 해외 적대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며 “남방주말을 지지해선 안 되고, 각 신문과 뉴스 사이트에 환구시보(環球時報·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7일자 사설을 전재하라”는 지시를 담고 있다. 환구시보 사설은 “광둥성 선전부는 남방주말의 원고를 바꾸지 않았다. 언론이 중국의 정치특구가 돼선 안 된다. 시위대의 화살은 국가체제를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시를 접한 신경보 기자들은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집단 사표로 저항했다. 그러자 베이징시 당 선전부 부부장이 8일 밤 신경보를 찾아와 폐간 위협을 하며 사설 게재를 강요했다. 다이쯔겅(戴自更) 사장은 그 자리에서 사의를 밝히며 맞섰다.

 결국 양쪽이 한발씩 물러서 사설을 오피니언 면(2면)이 아닌 20면 구석에 배치하고 다이 사장을 유임시키는 쪽으로 결론 났다. 대부분 신문들이 환구시보의 원래 사설 제목을 달았지만 신경보는 ‘남방주말 사건과 관련한 환구시보 사설’이라고만 했다. 또 홍콩의 예술계 동정 기사를 게재하며 제목을 ‘우리는 언제나 피동적이다’고 달아 자신들의 속마음을 암시했다.

 후난성 최대 일간지인 소상신보(瀟湘晨報) 역시 당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선전부 관리들이 딱딱한 설교를 버리고 시대의 조류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인민일보 사설과 함께 싣는 소극적 저항을 펼쳤다.

 대만신문기자협회와 홍콩기자협회, 마카오미디어노동자협회 등 중화권 3개 언론단체는 10일 공동성명을 내 남방주말 사태의 철저한 조사와 중국 당국의 사전 검열 폐지를 촉구했다. 홍콩 빈과일보(<860B>果日報)는 중국 선전당국이 중국의 ‘신재스민 혁명’을 책동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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