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4인만의 정치’ 축구협회장 선거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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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28일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열린다. 2002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축구협회는 한 해 예산이 1000억원을 넘는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이번 선거에는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을 비롯해 정몽규(51)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 김석한(59) 전 중등축구연맹 회장, 안종복(56) 남북체육교류협회장, 윤상현(50) 새누리당 의원 등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축구협회장은 그만큼 매력적인 자리이고, 또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벌써 여러 가지 잡음이 나오고 있다. ‘모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돈을 준다더라’ ‘모 후보는 실행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한다더라’ 등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횡행하고 있다. 경쟁 후보의 확인되지 않은 약점을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이들도 있다.

 이렇듯 선거가 혼탁해진 원인은 축구계의 바닥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든 현재의 축구협회장 선거 방식에 있다.

시·도축구협회장 16명과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 8명 등 24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실질적인 경영자가 아닌 ‘명예직’이다. 대부분의 축구행정이 중앙집권 체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협회장 선출권이 주어지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후보들은 축구인들의 요구 사항에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대의원 절반만 잡으면 축구협회장에 오를 수 있다.

 축구인들은 스페인식 선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페인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지방축구협회장 20명뿐만 아니라 클럽·선수·심판·지도자 등 직능별 대표자 160명도 참여한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한국 축구의 미래와 비전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송지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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