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모여 뜨개질 하며 정 쌓고 만든 작품은 사랑의 선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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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3시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B동 우먼시니어룸. 주부 예닐곱 명이 모여 앉았다. 이들 앞에는 색색의 털실과 뜨개질을 해 만든 목도리·쿠션·모자 같은 작품이 놓여있었다. 털실 아래 위로 춤추는 손놀림이 바쁜 중에도 이야기는 끊임이 없다.

  주민들은 ‘뜨개질반’을 3년 전에 만들었다. 주민 간 친목 도모를 위해서였다. 평소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해 2, 3시간 한다. 월요일을 택한 이유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다. 65세 이상 여성 주민들이 월요일 낮 12시면 우먼시니어룸에서 모임을 연다. 계절에 따라 냉·난방기를 틀어 적당한 온도를 맞추는데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아크로빌에는 뜨개질반과 함께 차밍댄스·스포츠댄스·요가·노래교실 등이 운영 중이다. 각 교실마다 요일과 시간이 다르게 편성돼 중복해 들어도 상관없다.

  곽순규(60) 부녀회장은 “10년 넘게 사우나·수영장·운동시설을 함께 이용하고, 교실에서도 자주 보니 이웃 경조사에 버스를 불러 단체로 갈 만큼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뜨개질반에서는 주민 화합뿐 아니라 뜻깊은 행사도 치렀다. 2011년 곽 회장은 ‘이웃을 돕자’는 마음을 먹었다. 은평구에 있는 한 보육원에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하기로 했다. 다른 주민들도 취지에 동감해 참여했다. 그 해 말 목도리 70개를 전달했다. 추가로 목도리 40개를 만들어 단지 내 경비원과 미화원, 보안업체 직원에게 선물했다. 지난해엔 단지 내 여성 노인을 위한 목도리 30개를 뜨기도 했다.

  이혜령(65)씨는 30대 때 뜨개질에 취미를 붙였지만 한동안 접었다. 2011년 보육원에 목도리를 선물하는 행사에 동참하며 다시 시작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정성을 들인 선물을 할 수 있어 좋다. 주민과 함께 해 친분도 쌓고 대화도 늘었다. 잡념도 사라졌다”며 웃었다.

  김도은(57)씨는 주변에 뜨개질 선물을 하기 바빴다. 지난해엔 넥워머 40개를 2회에 걸쳐 제주도에 사는 친구에게 전해줬다. 김씨는 “제주도 사는 친구에게 처음 2개를 만들어 보내줬다. 친구 지인들이 배를 타시는데 넥워머가 좋다고 말씀하셔서 더 뜨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단지 내 아이들에게도 30개를 만들어 선물했다. “이틀 저녁이면 하나 완성해요. 2011년 처음 접했는데 뜨개질을 하며 주는 즐거움을 깨달았어요.”

  곽 회장은 “우리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서로에게 선물하기도 한다”며 거들었다.

  뜨개질을 하고 있는 테이블 옆에선 김연희(42)씨가 차를 우려내고 있었다. 김씨도 2011년 보육원에 보낼 목도리를 만드는 일로 이 모임에 참가했다. 모인 주민을 위해 4년간 문화센터에서 배운 다도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요즘은 날씨가 추워 집에서 차를 가져와 주민들과 자주 마신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우리 모임은 회비도 필요 없고 강사는 주민이 대신한다. 아파트에 항상 정이 넘친다”며 “주민들 끼리 사돈 간인 경우가 많고 다른 곳으로 갔다가 자녀 가족까지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여기가 좋기 때문이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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