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4명이 기업 600여 곳 탐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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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해 수익률 1위인 ‘KB중소형주포커스’는 이름 그대로 시가총액 100위 밖의 중소형주 100여 종목에 투자한다. 2011년 12월 30일에 만들어졌으니 이제 갓 돌을 넘겼다. 이 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34.23%. 중소형주 펀드들이 대체로 호성적을 거뒀다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다. 수익률이 중소형주 펀드 전체 평균(9.31%)의 3.7배다. 2위와도 10%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조재민(51·사진) KB자산운용 대표는 “펀드매니저 4명이 지난 1년간 600개 이상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투자할 주식을 고른 결과”라고 말했다.

 -현장을 다니는 게 중요한가.

 “앉아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받는 정보는 어느 펀드 매니저나 대동소이하다. 물론 같은 정보를 갖고 판단을 더 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판단력이 펀드 매니저들 간에 얼마나 차이가 나겠나. 더 좋은 정보를 얻으려면 기업 현장을 누비는 게 필수다.”

 -어떤 기업을 담았나.

 “좋은 기업인데도 주식 시장에서 주목을 못 받아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훨씬 낮은 회사,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이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섞어 담았다고 보면 된다.”

 -현장을 누비며 나름대로 판단해 투자를 한다는 것과, 실제 그 주식이 많이 올랐다는 것은 다른 얘기인데.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기초가 돼 있었다. 가치주 펀드인 ‘KB밸류포커스’ 팀이 ‘KB중소형주포커스’ 펀드를 같이 운용한다. 이 팀은 KB밸류포커스를 통해 대형 가치주는 물론 숨은 중소형 가치주까지 찾아내는 실력을 쌓았고, 수익률(3년 70.71%)로 검증을 받았다. 이런 팀이 중소형주포커스 펀드를 담당하고 있다.”

 -‘중소형주포커스’ 펀드의 운용자산이 2900억원이다. 돈이 자꾸 더 들어오면 추가로 종목 고르기가 힘들어져 수익률에 영향이 있지 않겠나.

 “중소형주 시가총액이 290조원이다. 지금 운용자산의 1000배다. 그중에 좋은 종목만 고른다고 해도 그 시총이 지금 운용자산의 수십 배는 될 것이다. 당분간은 펀드에 돈이 넘쳐 고민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운용 펀드 중에 지난해 성적이 안 좋은 것도 있다.

 “경기에 민감한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들이 그랬다.”

 -성적이 떨어지는 펀드에 대한 대책은.

 “펀드매니저에게 맡긴다. 매니저를 자주 교체하는 운용사도 있는데, 내 경험상 그대로 두고 보는 게 수익률을 회복할 확률이 더 높다.”

 -올해는 어떤 펀드가 유망할까.

 “올해 주가는 크게 오르내리지 않을 것 같다. 이른바 주도주니 주도 업종이니 하는 것도 뚜렷하게 나오지 않을 것 같고…. 이럴 땐 투자자들이 가치주에 주목한다. 지난해 가치주 펀드 성적이 좋았던 이유다. 배당주 펀드도 유망하다고 본다.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으로 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배당을 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다.”

 -해외 쪽은 어떤가.

 “아무래도 신흥시장의 채권펀드 아닐까. 그것도 현지 통화표시 채권 말이다.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대세라지만 이런 채권들은 아직도 금리가 높다.”

 -올해 새 펀드를 내놓을 계획은.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 주식형 펀드는 당분간 만들지 않겠다. 가치주·성장주 등등 필요한 유형이 다 있다. 새것을 만들 이유가 없다. 특정 유형의 펀드가 없지 않는 한 자꾸 새 상품을 내놓는 것보다 있는 펀드를 잘 운용하는 것. 그게 자산운용사가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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