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주장 완장 어디 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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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지성(32·퀸스파크 레인저스)의 선발 복귀전은 희비가 엇갈렸다. 두 달 반 만에 선발로 나선 것은 기뻤지만 주장 완장은 영국인 수비수 클린트 힐(35)에게 내줘야 했다.

 박지성은 6일(한국시간) 런던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64강) 웨스트브로미치와의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뛰었다. QPR은 0-1로 뒤지다 후반 추가시간 키에런 다이어(35)의 동점골로 극적인 1-1 무승부를 거뒀다. 두 팀은 오는 17일 재경기를 치른다.

 이날 박지성은 스테판 음비아(27)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박지성이 선발 출전한 것은 지난해 10월 22일 에버턴전 이후 76일 만이다. 전반 수비 쪽에 치중했던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 에스테반 그라네로(27)가 후반 교체된 뒤에는 공격에도 적극 가담했다. 전방으로 수차례 위협적인 패스를 찔러줬고 파울을 유도하며 흐름을 이끌었다.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박지성은 지난 3일 정규리그 첼시전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3일 만에 선발로 나서 몸 상태가 완벽히 회복됐음을 알렸다.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은 “박지성이 부상에서 돌아와 예전의 부지런한 경기력을 다시 보여줬다”면서 평점 3.5점(5점 만점)을 줬고,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했다. 경기 후 박지성은 “부상에서 다 회복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경기장에서 떠나 있었기 때문에 컨디션을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지성 대신 클린트 힐이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영국 선수를 유난히 우대하는 해리 레드냅(66) QPR 감독의 보수적인 성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형적인 영국인인 레드냅 감독은 비영국인 선수들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임 후에는 힐을 비롯해 숀 데리(36), 제이미 매키(28) 등 QPR의 승격을 이끈 영국 선수들을 중용했다.

 QPR이 지난해 12월 16일 풀럼을 꺾고 시즌 첫 승을 거둔 후 팬들 사이에서 ‘주장 박지성’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우려스럽다. 박지성은 주장 완장을 내준 것에 대해 “감독의 지시라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개의치 않았다. 감독 교체로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감독님이 새로 와서 팀 분위기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명철 기자, 런던=서재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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