苛政猛于虎 <가정맹우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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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호 27면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산둥(山東)성 태산을 지날 때였다. 한 여인이 묘지 앞에서 통곡을 하고 있었다. 제자 자로(子路)가 묻기를 “부인은 무슨 일이 있기에 상심이 그리 크십니까”라고 했다. 부인이 답하길 “오래전 내 시아버지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남편도 호랑이에게 죽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마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이번에는 공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겁니까?” 부인이 답하길 “그래도 여기는 가혹한 정치는 없으니까요….” 공자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제자들이여 기억하라. 가혹한 정령(政令)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우니라(苛政猛于虎也).”

漢字, 세상을 말하다

한(漢)나라 때 공자의 후학들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예기(禮記)에 나오는 일화다. 정치가 백성들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고사(故事)로 널리 인용된다.
공자의 정치관은 논어(論語)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 관직에 있던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政(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자의 답은 간결했다. “올바름이다(政, 正也).” 그리고 덧붙여 말하길 “네 스스로 옳다면 누가 감히 부정을 저지르겠는가(子師以正, 孰敢不正)”라고 했다. ‘자기 스스로 바르게 처신한 뒤 다른 사람을 교화시켜야 한다(正己而正人)’는 게 공자의 생각이었다. 이는 ‘그 몸과 마음이 옳다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행해질 것이요, 그 몸과 마음이 올바르지 않다면 비록 명령을 내려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라는 논어 자로(子路)편 구절과도 같은 맥락이다.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주(周)나라 사료집인 상서(尙書)에는 ‘道洽政治, 澤潤生民(도흡정치, 택윤생민)’이라는 말이 나온다. ‘도(道)가 정령(政令)에 맞으니 다스림이 이뤄지고, 통치자의 은택(恩澤)이 널리 퍼지니 백성 삶이 풍족해진다’는 뜻이다. 정치의 최고 경지가 아닐 수 없다.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들이 자기 잇속만 차린 쪽지 예산을 편성해놓고는 떼지어 외유를 떠났다. 그들에게서 ‘정(正)’은 털끝만큼도 찾기 어렵다. 이러니 언제 백성의 삶이 풍족해지겠는가? 정치가 무섭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정치인의 탐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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