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시장’엔 불경기가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04호 27면

"2012년 세밑에 지인이 보낸 신년카드 글귀가 내 마음을 훔쳤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향한 열정으로 어떤 어려움도 우리는 극복해 오고 있습니다. 더 밝은 미래를 향한 꿈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이 세 문장은 내게 신선한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왔다. 만나는 이마다 힘들다, 죽겠다는 탄식이요 낙심과 분노 일색인 이른바 ‘절망의 문화’를 거스르며 홀연히 날아온 긍정의 카운터펀치가 심기일전 결기를 응집시켜 줬던 것이다. 더욱 반가웠던 건 그 카드를 보내온 사람이 내가 쓴 무지개 원리의 초창기 애독자라는 사실이었다. 미국 굴지의 회사인 GE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그는 2007년 초 경제인 신년하례 조찬 특강에서 이 책을 처음 접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열성으로 사람들에게 책 내용을 퍼트려 줬다. 그러더니 이번엔 옹골찬 신념이 묻어나는 저 글귀를 보내온 것이었다. 와우, ‘무지개 원리’가 돌고 돌아 이렇게 힘찬 응원이 돼 내게로 돌아오다니! 어떤 보람과 기쁨을 이에 견줄 수 있으랴.
새해 벽두에 나는 다시 저 카드를 꺼내 읽는다. 무릎을 절로 친다. 어쩌면 그렇게도 그의 생각은 내 신념과 자구적으로 일치할까. 그러고 보니 내가 지난해 글과 강연을 통해 고독하게 전했던 희망 메시지의 핵심이 딱 저 세 가지였지 않은가. 이참에 2013년 희망장도를 위한 채비 삼아 되새김질해 보자.
“우리에게는 언제나 꿈이 있습니다.” 그는 적었다. 나는 말했다. “역사 이래 꿈 시장에 불경기란 없었다.” 요즘 많은 젊은이가 취업 환경의 악화를 탓하며 일찌감치 꿈을 포기하려 한다. 지식인들은 맞장구를 쳐주며 그들의 절망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역사의 지혜는 저들의 그럴 듯한 절망논리에 단호히 저항한다. 사태가 절망스러울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꿈이요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시절이 악하면 그러기에 더욱 필요한 게 꿈이며, 또 시절이 좋으면 그래서 부추겨지는 게 꿈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환경 타령, 나이 탓 하지 말고 노상 꿈을 꿀 일이다.
“그 꿈을 향한 열정으로 어떤 어려움도 우리는 극복해 오고 있습니다.” 그는 또 이렇게 적었다. 나는 힘주어 말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간 안에서. 그러므로 버텨라!” 우리가 ‘꿈꾸기’를 하면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버티기’다. 5년 전쯤 어느 대학 특강 때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꿈을 꾸지만 꿈이 자꾸 도망가요. 어쩌죠?” 그때 내가 해준 대답이 바로 저 말이다. 꿈은 크기에 따라서 각자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이뤄질 때까지 식지 않는 열정으로 끈질기게 버티는 게 상책이다.
끝으로 그는 적었다. “더 밝은 미래를 향한 꿈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나는 곧잘 우격다짐으로 말했다. “아무거나 붙잡고 희망이라고 우겨라!”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희망이 없을 때는 달리 방도가 없다. 그냥 ‘아무거나’ 붙잡고 희망이라고 우기는 길밖에. 왜? 어떻게 해서든지 절망은 피해야 하니까.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니까. 그러므로 우기라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