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는 이 없는 민주당 비대위원장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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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통합당의 과도기를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은 3일 현재 1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정작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다. 차기 당 대표 선출 때까지 2개월 정도 당을 맡을 비대위원장을 ‘계륵(鷄肋·크게 먹을 것도 없고 버리기도 아까운 닭갈비)’ 보듯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기춘 원내대표는 3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오는 9일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뽑겠다”고 선언했다. 손을 든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선출 시기를 못박아버린 것이다.

 눈독을 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으나 외견상 비대위원장 후보가 난립하는 양상까지 보이는 이유는 계파·성향·선수(選數)에 따라 여러 그룹이 자파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인사들을 비대위원장으로 밀어넣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계 주류와 일부 중진 그룹에선 원혜영 의원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비주류인 비노무현 그룹에선 이종걸 의원을 거명한다. 양쪽은 서로 다른 계파의 카드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

 주류와 중진 사이에서 거론되는 박영선 의원은 문재인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더 많은 상황이다. 전당대회만 잘 관리하면 된다는 의견이 힘을 받으면서 계파색이 옅은 이석현·이낙연 의원도 거론된다.

김한길 의원도 여전히 후보군에 속해 있지만 그는 ‘원내대표 추대’가 불발된 뒤 비대위원장 뜻을 접었다고 한다.

 뚜렷한 인물이 부상하지 않자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로 격인 김상현·김원기·문희상·박상천·신기남·임채정·이부영·정대철·정동영·정세균 고문과 회동해 비대위원장 선임 문제를 논의했다. 이부영 고문은 통화에서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상임고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정세균·정동영 고문은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정대철·문희상 고문이 적합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이 존폐의 기로에 설 정도로 위기 상황이다. 당의 노선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 관계자는 “경험이 많은 손학규 고문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비대위원장 선임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전 후보는 계속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도 트위터에 ‘쪽지예산’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학교 비정규직 11만 명을 호봉제로 전환하는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쪽지예산에 밀려 삭감됐다니 더 안타깝다. 제 공약이기도 한데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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