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판다는 역세권 오피스텔…사?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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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최고 히트작은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2000 1'. 지난해 대우건설이 부산에서 분양을 마친 오피스텔의 최고 경쟁률입니다. 집값이 뚝뚝 떨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본 셈입니다.

'월급주는 오피스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이 보다 더 달콤한 유혹은 없을 것 같습니다. '1억원이면 오피스텔이 4, 200만원 수익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겠죠.

오피스텔 투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건설사들도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 오피스텔 분양에 열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이 총 45000여실에 달했습니다. 공급이 늘면서 입주 물량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12000여실이 입주를 시작했는데 올해에는 배가 넘는 3만여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우려했던 공급 과잉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피스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청약률이 높았던 단지들의 미계약 사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수도권, 지방은 물론 '오피스텔 투자 1번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에서도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는 것입니다.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경매 노려야"

일부 투자자들은 미분양 '옥석가리기'에 한창입니다. 입지가 좋고 중도금 무이자 혹은 임대수익보장 등 분양 혜택을 주는 오피스텔을 이 기회에 잡아보겠다는 전략입니다.

"서울 동대문구의 A오피스텔에 투자해보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단지 뒤로 전농·답십리뉴타운이 들어서고 지하철 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800실 규모의 대단지인데. 3.3㎡당 800만원대에 분양하고 있고 중도금 무이자 등 혜택도 있어요. 입지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투자에 안성맞춤일 것 같아서…."

최근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43) 부장이 이 같은 투자 문의를 해왔습니다. 입지나 분양 조건만 봐서는 꽤나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변 시세와 월세 시세 등을 따져보니 투자해도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우선 역세권이지만 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 주변 기존 오피스텔들은 3.3㎡당 700만원선에 거래가 되고 있었고 특히 3.3㎡당 700만원대에 분양했던 근처 새 오피스텔도 미분양이 남아 고전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김 부장은 "그래도 새 오피스텔이고 대형건설사가 짓는 브랜드 오피스텔인데 월세 좀 비싸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변 오피스텔은 월 50만원 선(전용 26㎡형 기준), 인기가 좋은 단지는 월 60~65만원 선에 매물이 나옵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오피스텔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 800실 가량이 한꺼번에 입주를 맞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히려 주변 월세값을 끌어내리는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죠.

최근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연수익률이 6% 아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수도권이나 지방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오피스텔을 중점적으로 공급해왔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옥석가리기도 중요하지만 사실 요즘 공급하는 오피스텔들은 워낙 분양가가 비싸 섣부른 투자는 금물입니다. 서울 오피스텔 평균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을 넘어섰으니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투자에 앞서 주변 시세 꼼꼼히 체크해야

그렇다면 오피스텔 투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분양가가 적정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주변 기존 오피스텔 시세보다 비싸다면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주변 오피스텔 임대료 시세도 고려해야 합니다. " 100만원은 받을 수 있다"는 등 분양관계자의 말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분당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견본주택에서 " 12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주변 부동산에 들러 확인해보니 분양관계자의 설명과는 달리 60~80만원 가량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투자하려는 지역의 세입자들이 어떤 오피스텔을 선호하는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새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같이 단지 안에 피트니스센터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지만 세입자들이 꼭 새 오피스텔을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입자들은 지하철역과 가깝고 실사용면적(전용면적)이 넓으면서도 관리비가 적게 드는 오피스텔을 선호합니다. 복층형 오피스텔을 선호하는 세입자들도 많은 편인데요.

다만 복층형을 선택할 때에는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전용면적이 작은 오피스텔이 복층형으로 꾸며졌을 경우 단층형보다 실내가 좁게 느껴지기 때문에 막상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새로 분양하는 오피스텔 대신 기존 오피스텔을 노려보거나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나오는 경매 물건을 노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만 경매의 경우 새 오피스텔과 달리 목돈이 필요하고 일반인들이 권리분석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기존 오피스텔을 매입할 때에는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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