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정절벽 타개’ 마지막 관문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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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이 ‘재정절벽(fiscal cliff)’ 타개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미 하원은 상원을 통과한 ‘부자 증세 법안’을 1일(현지시간) 자정 직전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통과시켰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폴 라이언 등 85명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미국은 전 국민의 소득세율이 한꺼번에 뛰는 1단계 재정절벽 위기는 모면하게 됐다.

 이날 점심을 겸해 열린 공화당 의원총회 때만 해도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강경보수 ‘티파티(Tea Party)’를 등에 업은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상원 합의안엔 연방정부 지출삭감안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며 하원 표결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찬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3일 개원하는 새 하원에서 의장직 연임을 원하는 베이너로선 공화당 의원까지 압도적으로 지지한 상원 합의안을 하원에서 무산시키는 정치적 모험을 원하지 않았다.

 오바마로선 ‘일석삼조’의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1993년 이후 20년 만에 공화당으로부터 세금 인상이란 양보를 얻어냈다. 여기다 공화당 내 자중지란도 촉발시켰다. 강경파가 장악하고 있는 하원 공화당 지도부 대신 상원의 온건파 지도부와 대화 채널도 열었다. 특히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말 정부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이어 이번에도 바이든 부통령과 합의안을 이끌어내 오바마의 선택지를 늘려줬다.

 그러나 오바마가 안심하긴 이르다. 두 달 연기해 놓은 10년간 1조1000억 달러 재정지출 자동삭감 조치를 놓고 공화당과 ‘그랜드 바긴(grand bargain)’ 협상을 벌여야 한다. 여기에 정부 부채한도 증액 협상도 걸려 있다. 벌써부터 공화당 강경파는 칼을 갈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승리가 공화당 내 보수파를 결집시켜 오바마에게 더 큰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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