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 김만덕 객주 있던 자리에 기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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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나눔 정신’의 상징인 김만덕(金萬德·1739∼1812년·사진)을 기리는 기념관이 세워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털어 도민들을 굶주림에서 구한 김만덕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주시 건입동 금산생태공원 인근에 152억원을 들여 기념관을 짓는다고 1일 밝혔다.

 제주의 관문인 제주항 인근 2914㎡에 들어서는 지상 3층의 기념관에는 김만덕 영정과 유품·기록물 등이 전시된다. 김만덕 동상과 함께 기부문화의 소중함을 배우는 나눔교육관, 기아체험관, 나눔광장, 야외공연장도 들어선다. 오는 6월께 착공해 내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당초 김만덕의 묘와 ‘만덕관(萬德館)’이 있는 제주시 건입동 모충사 옆에 기념관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김만덕이 상업 활동을 했던 객주 터, 탐라문화광장 등과 연계성을 살리기 위해 위치를 바꿨다.

 김만덕은 1794년 제주에 흉년이 들자 육지에서 쌀 500섬을 사다가 주민들에게 나눠준 여성 거상(巨商)이다. 오랜 흉년으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구휼미(救恤米)를 실어오던 선박까지 침몰하자 기꺼이 전 재산을 내놓은 것이다. 여성 상인이 제주 백성들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은 정조는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벼슬을 내리고 궁궐로 불러들였다. 추사(秋史) 김정희도 ‘은광연세(恩光衍世·은혜로운 빛이 여러 세대로 이어진다)’라는 글을 지을 정도로 그의 선행은 전국에 명성을 떨쳤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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