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성공 코드' 10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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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할리우드는 지난 해 사상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전체 흥행 수입이 92억달러(약 11조원)에 달했다. 2001년의 83억달러(약 10조원)보다 크게 늘어난 액수다. 누적 관객도 15억명에 달해 195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영국 BBC방송은 "9.11 테러 사건으로 울적해진 미국인이 극장으로 몰려갔다"고 풀이했다. 미 일간지 USA 투데이는 "TV와 비디오의 출현으로 영화가 쇠퇴할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며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이 신문이 간추린 2002년 할리우드의 성공비결 10가지를 소개한다. 충무로 기획자도 귀담아 들을 대목이 있을 듯하다.

1. 보통 사람의 승리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스파이더 맨'의 주인공인 피터 파커는 평범하고 내성적인 고등학생이다. '스타워스 에피소드 2-클론의 습격''해리포터와 비밀의 방''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에 나오는 주요 인물도 영웅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결혼을 통한 민족 간 문화 충돌을 다룬 독립영화 '마이 빅 팻 그리크 웨딩'도 크게 히트했다.

2. 줄리아 로버츠여, 안녕!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줄리아 로버츠의 후예가 잇따라 등장했다. '스위트 홈 앨라배마'의 리즈 위더스푼의 부상이 눈에 띄고, '맨해튼의 하녀'의 제니퍼 로페즈, '마이 빅 팻 그리크 웨딩'의 니아 바더러스가 주목됐다.

3. 도시의 일상을 담아라

시카고의 작은 이발소에서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그린 코미디 '바버숍'의 흥행은 예상 밖이었다. 자질구레한 일상, 도시인의 블랙 유머에 수백만명의 관객이 들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드럼연주자의 좌절을 담은 '드럼라인', 힙합 음악으로 연을 맺은 흑인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 '브라운 슈거'도 짭짤했다.

4. 스타 파워는 신기루?

에디 머피를 등장시키며 1억달러(약 1천2백억원)를 쏟아부은 SF 코미디 '플루토 내시'는 고작 4백40만달러(약 53억원)를 벌어들였다.

한국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랄까? 에디 머피의 다른 작품 '아이 스파이'도 참패했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하트의 전쟁'도 비슷한 처지였다.

5. 성수기는 따로 없다

전몰장병 기념일(5월의 마지막 월요일)은 할리우드의 최고 성수기인 여름 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블록버스터는 대개 이 시기에 맞춰 개봉한다.

그러나 작년엔 사정이 변했다. '스콜피언 킹'은 3월 중순에, '스파이더 맨'은 5월 첫주에 개봉했다. 톰 행크스 주연의 '로드 투 퍼디션'도 가을 개봉을 앞당겨 7월에 찾아왔다.

6. 3D 애니메이션의 전성시대

이제 손으로 그린 전통 애니메이션은 설 자리가 없다. 디즈니가 1억4천만달러(1천6백억원)를 들여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에 내놓은 '보물성'은 수입이 3천3백만달러(4백억원)에 그쳤다. 반면 6천만달러(7백20억원)를 들인 3D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는 1억7천만달러(2천억원)를 벌었다.

7. 본드는 영원하다

한국에선 그리 반응이 좋지 않았으나 007시리즈 스무번째인 '다이 어나더 데이'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흥행작 대열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다. 첩보원과 악당의 대결을 그린 첩보물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와 빈 디젤 주연의 첩보 액션극 '트리플 엑스'도 흥행작 대열에 합류했다.

8. 가수는 노래를 불러야

팝스타의 인기를 스크린에 옮기려는 작품들이 줄줄이 실패했다. 힙합 가수 에미넴이 주연한 '8마일'을 제외하곤 모두 힘없이 무너졌다. 2001년 사망한 알리야의 유작 '퀸 오브 뱀파이어'나 섹시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크로스로드' 등은 바람을 일으키는 데 실패헸다.

9. TV드라마의 영화화는 글쎄?

TV 만화 시리즈를 영화로 재연한 '스쿠비 두'는 예외 중 예외다. TV 드라마의 명성을 은막에 접속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에 그쳤다. '파워퍼프 걸''헤이 아널드, 더 무비''아이 스파이'가 대표적 사례다.

10. 속편은 힘이 세다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속편의 기득권은 엄청났다. 2002년 박스 오피스는 속편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워스 에피소드2''오스틴 파워 골드멤버''해리포터와 비밀의 방''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맨 인 블랙2' 등등. 올해에도 '매트릭스''터미네이터''엑스맨''툼 레이더''미녀삼총사''분노의 질주' 등의 후편이 찾아온다. 이제 영화도 브랜드 시대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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