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도서관의 진화 … 유명 북카페 못잖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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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관악구청 1층에 조성된 ‘작은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보고 있다. 복층 구조의 도서관은 1만여 권의 책과 70석의 열람실을 갖추고 있다. [최종혁 기자]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관악구청 1층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 동화책을 읽는 초등학생부터 연습장 빼곡히 한자를 써내려가는 반백의 어르신들로 70석 정원의 열람실엔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이 조성된 곳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던 빈 공간이었다.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조성 사업을 추진해온 유종필(55) 관악구청장이 구청을 방문하는 시민들도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달 도서관을 개장했다.

관악구 내 16번째 작은 도서관으로 사업비는 총 2억8500만원이 들었다. 이 도서관은 3개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누구나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구청 앞을 지나가는 주민들이 자연스레 도서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곳을 찾은 황남철(69)씨는 “도서관이 생긴 이후 아침에는 혼자 와서 신문을 읽고 오후엔 손주를 데리고 와서 같이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빌 게이츠가 ‘나를 낳은 것은 작은 동네 도서관이다’고 말한 것처럼 어렸을 때 읽은 책 한 권이 인생은 물론 한 나라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다”며 “구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이 있을 때나 공문서를 발급받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구청들이 청사 내에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 주민을 맞이하고 있다.

 용산구청에는 청사 10층에 북카페 ‘청마루’가 있다. 남향의 창문을 통해 따스한 햇볕이 가득 들어오고, 창 밖에는 고층 건물이 없어 이태원과 미군부대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대학생 정유선(22·여)씨는 “학교 도서관은 칸막이가 있어 공부하는 데 답답하다”며 “창 밖으로 내다보는 풍경도 좋고, 집 바로 옆에 있어서 구청 북카페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북카페 맞은편에는 어린이를 위한 ‘키즈카페’도 있다. 1000여 권의 그림책을 비치하고 바닥에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쿠션이 깔려 있다.

 성북구청도 청사 꼭대기인 12층에 북카페가 있어 통유리 밖으로 삼선동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원두커피, 차, 아이스크림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북카페와 연결된 구청 옥상에는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가 있다. 원형돔, 반사망원경, 굴절망원경 등이 있으며 매주 토요일 전문가가 진행하는 천문우주교실이 열린다.

 송파구청 지하 1층 북카페에는 주민들이 기부한 책 1만여 권이 비치돼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북리펀드’ 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발간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책을 가져오면 책값의 50%를 돌려준다. 북카페 옆에는 장애인보호작업시설인 ‘송파위더스’에서 직접 구운 빵을 팔고 있어 늘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주민들에게 가까운 주민센터에도 북카페가 들어서 지역 내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성북구 보문동, 용산구 보광동, 종로구 혜화동, 마포구 염리동 주민센터 등에도 주민 누구나 찾아와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북카페가 마련돼 있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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