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자유 개혁” … 중국 지식인들 또 공개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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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장첸판(左), 장핑(右)

중국 지식인들이 개혁의 선봉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취임 이후 개혁을 촉구하는 제도권 지식인들의 대(對)정부 공개서한이 잇따르고 있다. 당국의 단속을 피해 지하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과거와는 전혀 딴판이다.

 장첸판(張千帆) 베이징(北京)대 법학과 교수는 26일 새벽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개혁 컨센서스 제안서’(改革公識倡議書)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올렸다. 시 총서기 취임 이후 세 번째 공개서한이다. 이 서한은 이날 오후 곧바로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 제안서는 장 교수 외에도 중국 법학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장핑(江平) 전 법정대 총장, 유명 작가인 장이허 등 저명 지식인 71명이 서명했다. 제안서는 ▶헌법에 근거한 통치 ▶민주선거 실시 ▶자유 존중 ▶시장경제 심화 ▶사법 독립 실현 ▶헌법 효력 보장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정부에 개혁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헌법에 당정분리를 규정하고 ▶당장(당헌)에 근거한 당내 민주화를 실시하며 ▶현(縣)과 향(鄕)급 당 대표를 직선으로 선출하고 ▶인터넷 감시를 없애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지방정부 권력을 제한하고 ▶민영기업의 지휘를 보장하며 ▶법관의 독립적인 판단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명자들은 18차 당 대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개혁 컨센서스 포럼을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이는 2008년 대대적인 민주인사 탄압으로 이어졌던 ‘08헌장’(零八憲章)보다 훨씬 완화된 것이다. 지식인 303명이 서명한 ‘08헌장’은 ▶연방공화국 건설 ▶국가 영도자에 대한 1인 1표 직접선거제도 도입 ▶당이 아닌 국가의 군대화 ▶삼권분립 등 급진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제안서는 특히 “경제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정치 분야 개혁을 더 이상 미루면 중국은 다시 평화로운 개혁의 기회를 놓치고 이는 폭력혁명 등 사회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 이공대 교수와 인권변호사 후자(胡佳) 등 지식인 65명도 이달 중순 ‘공민건의서(公民建議書)’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지난달 당 대회에서 새롭게 중앙위원에 선출된 205명의 재산공개를 요구하고 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중국 전역에서 휴대전화 문자, e-메일 등을 통해 서명을 받을 예정이며 서명자 명단과 건의서 내용을 내년 3월 열리는 전인대(全人大·국회 격)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저명한 극작가인 샤예신(沙葉新) 등 지식인 300여 명도 이달 초 대정부 공개서한을 내고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석방을 촉구했다. 류는 ‘08헌장’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허칭롄(何淸漣)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제도권 지식인들이 개혁을 주장하고 ‘08헌장’ 같은 과격한 주장보다 합리적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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