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방송사 '지진 늑장 대응' 항의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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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송에선 자막이나 뉴스로 짤막하게 방송하고 있길래 기상청 홈페이지는 다를 줄 알았는데…. 지진이 일어난지 1시간이 넘은 낮 12시 현재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뭐 아무런 이야기가 없네요. 일본 NHK를 보면서 상황을 파악해야하는 국민의 심정을 아실런지…”(기상청 홈페이지 게시판, 네티즌 김모씨)

20일 휴일 오전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은 지진과 관련, 기상청과 방송사의‘늑장 대응’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일본 규슈 후쿠오카 북서쪽 행상에서 진도 7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것은 오전 10시 53분. 기상청은 11시 20분 동남해안 일대에 해일주의보를 발령했고, 12시30분 해일주의보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오후 1시 무렵에야 게시됐다. 갑작스런 지진에 놀라 기상청 홈페이지를 찾은 네티즌들은 ‘특보 상황 없다’는 엉뚱한 내용만 접해야 했다. 이에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 네티즌은 “지금 11시 20분, 부산 기상청 홈페이지 기상특보에는 ‘현재 발효중인 특보가 없습니다’….아까 흔들린건 누가 아파트 지하주장차장에 주차하다가 기둥에 박치기한걸까요?”라며 늑장대응을 꼬집었다. 또 부산의 한 네티즌은 “세상에 정보가 이렇게 늦는 나라가 어디있나. 우리나라 공무원들 위험불감증이 어느정도인지 실감했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별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기상청 공보 담당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언론사와 소방방재청 등에 11시에 1보를 보낸 이후 해일 주의보 등 관련 사항을 내보내는 등 정상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홈페이지 게시가 늦은 것에 대해서는“늦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원래 홈페이지에는 국내에서 난 지진 관련 사항만 올리는데, 이번 지진은 일본에서 난 것이기 때문에 안 올려도 되는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진앙지와 관계없이 이번 지진이 남한 전역에 영향을 줬고, 문제의 해일 주의보도 국내에 발령된 것인 만큼 ‘일본에서 난 지진’이라는 해명은 대단히 궁색해 보인다.

방송사들의‘뒤늦은 속보’도 비난받고 있다. 이날 가장 빨리 속보를 내보낸 방송사는 MBC로 지진발생 30분가량 뒤인 11시25분께부터 긴급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의 경우 11시50분께야 속보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SBS의 경우 12시 정규뉴스 시간에 지진 소식을 전했다. 네티즌들은 지진 발생과 거의 동시에 재난방송에 들어간 NHK와 국내 방송사의 보도를 비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KBS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공중파 채널을 2개나 가지고 있는 KBS에서 오락프로를 방송하느라 지진 피해뉴스를 외면한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며 “공영방송이란 타이틀과 시청료 돌려달라”고 비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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