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렁이처럼 튀어나온 하지정맥류女 사우나 했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약사 이향숙(49·여·서울시 중랑구)씨는 18년 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종아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하루 10시간 이상 서서 근무하면 다리를 일자로 쭉 펴고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압박 스타킹을 신고 겨우 버텼다. 하지정맥류가 원인이었다. 약국 경영을 그만두고 난 뒤에는 증상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2003년 다시 약국을 열자 하지정맥류는 발목 주변부터 시작해 종아리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씨는 치마나 반바지를 입지 않는다. 통증은 물론 가려워 긁었더니 피부 전체가 거무스름한 색으로 변했다.

하정외과강남점 나창현 원장이 정맥류 진단을 위해 혈관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정맥피 역류해 발생 … 여성이 남성의 2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환자는 2007년 11만9000명에서 2011년 13만4000명으로 5년간 1만5000여 명 증가(12.7%)했다. 특히 남성은 33.6%, 여성은 68.6%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많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위치한 정맥 내 판막이 망가져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정맥피가 역류해 생기는 혈관질환이다. 하지정맥류 전문병원 하정외과 강남점 나창현 원장은 “역류하는 혈액이 심장 쪽으로 올라가는 혈액과 맞부딪치면서 소용돌이가 생긴다. 이때 발생한 압력으로 혈관 모양이 지렁이처럼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당기듯 아프고, 잘 붓고 쥐가 나는 것이다. 피부도 망가진다. 나창현 원장은 “피가 역류하면서 혈액순환이 방해를 받으면 피부 윤기가 떨어지면서, 피부색이 거무튀튀해지고 빨갛게 염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방치하면 피부 습진·부종·궤사·하지 근육경련 등 후유증이 생긴다.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많다. 특히 임산부에게서 흔하다. 나 원장은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늘어나 혈관벽을 느슨하게 한다”고 말했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도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져 하지정맥류 위험이 높아진다. 비만인 사람에게서도 잘 생긴다. 살이 찌면 이전에 비해 혈액량이 증가하고 정맥이 늘어난다. 갑자기 늘어난 혈액량 때문에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하지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지방이 정맥 벽에 축적되면 혈액이 역류하기 쉽다. 변비가 있는 사람은 복부의 압력이 정맥을 눌러 위험성이 높아진다.

기형 혈관 제거하는 레이저 수술도

하지정맥류 치료는 크게 수술·주사·보조요법 등 세 가지다. 판막 부위의 손상이 경미하거나 임신부, 건강상 수술받기 어려운 환자는 보조요법을 권한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거나 약물을 복용한다. 혈관 기형이 나타나는 하지정맥류에는 주사요법과 수술요법을 병행한다. 나창현 원장은 “환자의 70% 정도가 수술을 하고, 20%는 주사요법, 10%는 보조요법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주사요법은 정맥류를 혈관을 굳히는 주사제를 이용해 없애는 치료법이다.

 레이저 치료도 있다. 혈관 안에 레이저 도관을 삽입한 뒤 레이저 광선으로 정맥 내막을 태워 기형 혈관을 제거한다. 입원이 필요 없고, 수술 당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레이저 수술을 받은 환자의 10%에서 재발 위험성이 있다. 나 원장은 “무릎 뒤쪽과 다리가 시작되는 골반 부위 등 망가진 판막 부위, 즉 피가 역류하는 뿌리 부위를 묶는 수술을 레이저 치료와 함께 한다”고 말했다.

수영·걷기가 좋아 … 온천·사우나 주의해야

다리에 무리한 힘이 실리는 등산·조깅·스키·스노보드는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다. 휴식시간을 이용해 부츠 끈을 풀고 발을 심장보다 높게 올려주는 등 간단한 혈액순환 운동을 한다. 수영처럼 물에서 하는 운동이나 걷기 운동은 권할 만하다. 걷기는 종아리가 당길 정도로 빠르게 30분 이상 걷는다. 다리 근육이 이완되고 하체의 힘이 길러진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온천욕·찜질방·사우나 등을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에 장시간 있으면 혈관이 팽창돼 혈류의 역류가 심해질 수 있다. 다리 부위에 열기가 직접 닿지 않도록 수건·이불 등을 덧대주는 게 좋다. 장시간 앉아 있는 사무직 종사자는 수시로 발목을 풀어주는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돌려주는 공중 자전거타기는 다리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장치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