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둔치 4곳에 태양광발전소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와이어(철선)에 태양전지판을 매다는 형태로 설치 된 독일의 태양광 발전시설. [사진 대구시]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의 낙동강 하빈생태공원. 100만㎡의 공원부지 한쪽에 자전거도로와 축구장·야구장 등 다양한 레저스포츠 시설이 갖춰져 있다. 논공읍·옥포면·구지면의 낙동강변에도 생태공원이 있다. 낙동강 정비사업을 하면서 만든 공간이다. 하지만 공원 면적이 98만∼149만㎡로 넓다 보니 달성군이 남은 터의 활용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곳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선다. 대구시 김지채 녹색에너지과장은 17일 “낙동강 둔치의 생태공원 네 곳 중 일부 터(93만㎡)에 내년부터 2016년까지 1650억원을 들여 61㎿(6만1000㎾)급의 태양광발전소를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는 2만 가구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국내 최대 규모”라고 덧붙였다. 시는 우선 하빈면 낙동강 둔치에 13㎿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만들기로 했다. 내년 1월 사업자를 선정한 뒤 9월 말께 완공할 예정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낙동강 둔치에 지름 50㎝, 높이 6m의 기둥을 50m 간격으로 세운 뒤 와이어를 연결하고 그 위에 태양전지판을 얹는 식으로 설치된다. 홍수기에도 강물이 차오르지 않는 곳이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와이어 공법을 채택한 것이다.

 시는 한국수력원자력·한국동서발전·한국수자원공사 등 발전사업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발전사업자가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가 올해 시행돼 쉽게 투자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낙동강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는 올해 초 시가 내놓은 아이디어다.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생긴 넓은 둔치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다 태양광발전소를 구상했다. 이곳이 진주∼대구∼안동을 잇는 선 벨트(Sun belt·일조량이 많은 지역)라는 점을 고려했다. 대구가 ‘솔라시티’인 데다 에너지 관련 대형 국제회의인 세계에너지총회가 내년 10월 대구에서 열린다는 점도 작용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도시라는 점을 알릴 수 있어서다. 갈수록 전력난이 심해지고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는 것도 배경이 됐다.

 건립 허가를 받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국토해양부는 하천법 규정을 들어 둔치 내 고정 구조물 설치를 허용하지 않았다. 시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국토해양부·지식경제부·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과 6차례 협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낙동강에 보가 설치된 뒤 둔치에 침수 피해가 없었고 침수된다 하더라도 와이어 공법으로 시공하면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결국 하천부지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면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자는 주장에 모두 동의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며 “낙동강 둔치 전역에 설치할 경우 원전 두 기에 해당하는 200만㎾급의 태양광발전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시티(Solar City)=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정한 도시다. 솔라시티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대구는 2000년 지정됐으며 2004년에는 세계 19개 솔라시티 대표가 대구에 모여 총회를 열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