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으로 성취감 만끽” vs “아픈 청춘의 고통 분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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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 08면

극지 마라톤 ‘4 데저트’ 대회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한국인은 윤승철씨만이 아니다. 영남대 도시공학과 김상현(24)씨, 한남대 기독교학과 최규영(28)씨도 올해 대회에 참가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모두 대학생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대학생들 왜 극한 스포츠에 끌리나

2~3년 전부터 극한 도전에 나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 8월 코리안리에서 실시한 백두대간 종주에는 대학생 지원자만 202명이 몰렸다. 최종 선발된 27명의 학생들은 태풍 볼라벤과 덴빈을 헤치고 40㎞ 거리를 모두 완주했다.

올 초 발간돼 화제를 모았던 똘끼, 50㏄ 스쿠터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다 의 주인공 권준오(26)씨 역시 대학생이다. 수원대 4학년생인 그는 영국에서 유럽, 아시아를 거쳐 한국까지 총 17개국을 오로지 50㏄ 스쿠터를 이용해 2만㎞를 횡단했다. 여느 학생과 다름없었던 그는 ‘지금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도 인기다. 단비아프리카는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 양성과 대륙 원정대를 기획하는 1인기업이다. 여기서 기획하는 ‘아프리카 익스트림 스포츠 원정대’에는 방학 때마다 대학생들의 문의가 잇따른다. 이들의 도전은 흔히 취업용 ‘스펙 쌓기’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왜 청년들이 극한 도전에 끌리는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대한익스트림액션스포츠연맹의 박상준 이사는 젊은이들이 한계에 도전하며 높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도전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자 하기도 한다. 내년 3월 새로운 팀으로 출발하는 아프리카 익스트림 스포츠 원정대의 황현룡(30) 탐험대장은 “정(靜)적인 한국에서 벗어난 대학생들이 도전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기도 한다”며 “실제로 아프리카에 정착해 자기 사업체를 차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20대 심리학의 저자 곽금주(심리학) 서울대 교수는 “극한 활동을 즐기는 일반적 심리에는 고통을 분산시키려는 욕구가 있다”면서 “지금 청년들이 취업난, 경제난에 시달리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극한 활동을 통해 잠시나마 일상을 잊고 고통을 줄이려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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