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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자들 덮고 자는 이불 한 채 값이 아파트 한 채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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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중국 부자들 사이에 ‘회춘(回春) 이불’이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겉감에 금실로 수를 놓고 안에 남자에게 좋다는 온갖 약재들을 집어넣은 이불이다. 실제로 효험을 봤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중국 갑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부(富)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이불 한 채 값이 중국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인 100만 위안(1억8000만원)이나 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것이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녀들에게 페라리나 포르셰 승용차로도 모자라 자가용 비행기까지 사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녀에게 바나나를 사줄 능력이 안 되는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가 1988년 7.3배에서 지난해에는 23배로 확대됐다. 유엔에 따르면 하루 1.25달러(1300원)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 중국 전체 인구의 13%에 달한다.

 이미 중국의 지니계수가 0.6을 넘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사회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0.4를 넘으면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상태, 0.5를 넘으면 사회 불안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분류된다.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있는 시난(西南)재경대 연구팀은 최근 “2010년 중국 가계의 지니계수는 0.6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선진국 중 지니계수가 높은 미국은 0.46이고, 빈부격차로 악명 높은 브라질도 0.53 수준이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빈부격차가 세계 최대라는 것은 21세기의 아이러니다.

 제대로 보도가 안 돼서 그렇지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민초들의 시위가 연간 2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새 지도자가 된 시진핑(習近平)은 취임 연설에서 향후 10년간 공산당과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빈부격차 해소를 꼽았다.

 우젠민(吳建民) 전 중국외교학원 원장은 며칠 전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이 남긴 귀중한 유산”이라며 “조금도 망설이거나 동요하지 않고 이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횡포를 부리며 도처에 적(敵)을 만들 때가 아니라 아직은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할 때라는 것이다. 경제력과 군사력 좀 커졌다고 여기저기서 근육질 자랑할 생각 말고 내부 문제 해결에 더 주력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일치일란(一治一亂)’은 맹자의 역사관이다. 한번 태평성대가 있으면 다음에는 대혼란이 온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중국이 천하대란에 빠진다면 십중팔구 그것은 빈부격차 때문일 것이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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