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 하다 벌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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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입학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야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황의수 부장검사)는 고려대 야구부 감독 시절 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킨 혐의(배임수재)로 양승호(52·사진) 전 롯데 감독을 13일 구속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체포한 정진호(56) 연세대 감독도 수사 후 구속할 방침이다. 야구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구계의 입시 비리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문대 입학을 위해서는 1억원 정도는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증언이다. 입시 비리 중 ‘끼워넣기’가 가장 전통적인 수법이다. 대학이 우수한 고교 선수 A를 영입하려고 하면, 고교 측은 ‘A선수 외 몇 명을 더 받아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몇 명’의 대학 입학이 결정되면, 그 부모들은 대학 지도자에게 금품을 상납하게 된다.

 문제는 야구계가 매년 반복되는 입시 비리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에도 서울 소재 한 대학 감독이 입시 비리에 연루돼 해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이를 반성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 ‘걸린 사람만 운이 없었다’는 얘기만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 비리의 뇌관이 터질지는 검찰의 수사 확대 의지에 달려있다. 이미 수사를 받은 전·현직 아마야구 지도자만 11명 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아마 지도자를 경험한 현직 프로 코치들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프로야구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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