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기관 평가는 '쇼!', 한 관계자의 울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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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기관 평가에 참여한 요양기관 관계자가 울분을 토했다.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도 그 진정성은 전혀 평가받지 못하고 작은 실수때문에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뜻인 '미흡'평가를 받은데 대해 억하심정을 표했다.

11일 복지부 게시판에는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김 모씨가 '복지부의 역할-건보공단의 장기요양기관 평가를 재고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류작업에 매몰되고 꼬투리잡기식 평가인데다 결국 일부 눈썰미 있고 손재주가 좀 있는 기관에 인센티브 형식으로 쌈지돈만 불려주는 셈이란 지적이다.

김 씨는 기관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려는 야무진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짚고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

김 씨에 따르면평가항목 중 기준 중 5평 허가기준의 사무실에 요양보호사 수십명을 불러놓고 교육을 하라는 항목이 있는데 그 주제는 '노인학대 및 폭력에 대한 예방 미치 대응'이다.

김 씨가 근무하는 요양기관에서는 돈들여 교육장을 빌리고 강사비를 들여 최고수준의 교재를 만들어 수백만원을 쏟아부었다. 요양보호사를 동원시키는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고용주 입장에서 큰소리치며 오라가라할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준비를 하면서 김 씨는 '노인학대 및 폭력에 대한 예방 및 대응'이란 교육 주제에서 '폭력'이라는 단어를 뺐다. 국내 정서 상 자식들에게 구타당하는 노인은 드물고, 폭력이라는 단어는 학대에 포함되는 국어사전적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용은 같으므로 별 문제가 없겠다 생각했지만 장기요양기관평가결과는 뜻밖이었다. '미흡'을 받았던 것. '폭력'이란 단어를 빼고 교육을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단 두글자 빠졌다고 전혀 안한것과 같은 의미인 미흡을 받고보니 땀방울이 아깝고 서럽더라"며 "차라리 돈들고 신경쓰이는 건 포기하고 다른 서류항목 10가지를 더 그럴싸하게 꾸미는게 최우수기관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더라"고 하소연했다.

방문상담 평가결과에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하는데까지 해보겠다고 차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며 열심히 했다"며 "그러다 일부 상담기록지에 사적인 메모만 하고 기재를 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우수'는 못받더라도 '양호'는 받겠거니 생각했는데 평가결과는 '보통'도 아닌 '미흡'이었다는 것.

김 씨는 "언급한 교육과 방문상담, 이 두가지를 가장 죽도록 열심히하고도 전혀 안무것도 안한 '미흡'평가를 받았다"며 "내용의 진정성은 보지않고 날짜만 따지니 이건 그냥 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끓어오르는 심정을 멈출 수 없어 한말씀 더 드린다"며 "건보공단이 복지현장도 잘 모르면서 욕심만 부려 노인장기요양보험 맡았다는 비난을 피하려면 이런 전시행정적 평가를 중단하고 현장에 투입돼 수급자의 애환을 들어주며 요양보호사의 노고를 치하하는 게 더 건설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담은 기록으로 우수기관을 격려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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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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