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네 집 중 하나는 1인 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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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고향인 직장인 박형신(33)씨는 대학 입학 뒤 줄곧 서울에서 혼자 살았다. 지금 사는 곳은 신길동 오피스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다. 승용차는 올해 장만한 K5다. 내년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지만 전셋집 구할 돈이 걱정이다. 경북 청도군 이서면에 사는 김태분(81) 할머니는 5년째 홀로 산다. 농촌마을인 김 할머니네 집은 큰아들이 서울로 대학 간 1971년 이후로 줄곧 식구가 줄었다. 딸을 시집보낸 뒤 25년 넘게 부부 단둘이 집을 지켰고, 2008년 남편마저 떠나보내고 혼자 남았다. 건강은 좋은 편이지만 혼자 지내는 게 적적하다고 느낀다.

 2012년 한국 전체 가구 가운데 네 집 중 한 집은 나 홀로 가구다. 전국에 453만9000명이 혼자 살고 있다. 그 1인 가구의 삶은 평균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통계청이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이를 분석했다.

 남성은 만 28세일 때 혼자 사는 비율이 가장 높다(17.3%). 대학은 졸업했지만 아직 결혼하기 전인 시점이다. 청년층(25~34세) 1인 가구 중 74%는 대학을 나왔고, 대부분(93.5%) 미혼이다. 이들 중 절반가량은 보증금 있는 월세(49.3%)에 산다. 아파트(22.2%)도 있지만 단독주택(57.1%)이 일반적이다. 승용차 보유 비율은 10명 중 4명꼴이다. 여성 1인 가구의 평균적인 모습은 좀 다르다. 여성 1인 가구 비율은 60세 이후 가파르게 올라 79세(36.9%)가 정점이다. 남편과의 사별로 홀로 남겨지는 여성 노인이 많다는 뜻이다. 이들은 승용차는 거의 없지만(4.9%) 10명 중 6명꼴로 자기 집을 보유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농촌에 살면서 밭 작물을 키우는 일을 한다.

 김형석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자식들의 출가로 남자 43세, 여자 40세 이후부터 점차 부부만의 빈 둥지가 늘어나고 남자 76세, 여자 69세 이후 사별 등으로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2011년 기대수명(남 77.6세, 여 84.5세)과 연령별 평균 가구원 수를 감안할 때 남성은 부인과 둘이 살 때, 여성은 혼자 살면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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