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재단-발굴자 잡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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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작가 J R R 톨킨(1892~1973)의 원고가 발굴된 뒤 영국에서 이의 출간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톨킨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톨킨재단과 발굴자인 마이클 드라웃 교수 사이의 논쟁이다.

드라웃 교수는 6년 전 영국 옥스퍼드대 도서관에서 톨킨이 번역한 8세기 베어울프 서사시 원고뭉치를 발견했다. 번역 원고와 비평문은 2천페이지에 달했다.

이것은 1936년 톨킨이 영국 아카데미 강의를 위해 작성했던 것이다. 최근 이를 출간하려 하자 톨킨 재단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베어울프 서사시란 8세기 전반에 고대 영어로 작성된 작자 미상의 작품으로 주인공 베어울프를 내세워 영웅적 행위를 찬양하면서도 모든 인간은 초자연적 힘 앞에 무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어울프 서사시는 톨킨의 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톨킨에 관해 중요한 점을 알려줄 수 있는 이 번역 원고의 출간을 톨킨 재단이 적극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재단이 내세운 이유는 "원고가 출간되면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드라웃 교수는 "톨킨의 원고를 정리.편집하며 톨킨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놀랍도록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복잡한 저작권 문제와 학문에 대한 적의 등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다"며 "내가 중세를 연구할 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출간을 둘러싼 논란의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결국 돈 문제다.

저자 사후 50년이 지나야 저작권 권리가 소멸되는 저작권법에 따라 사후 30년밖에 안 된 톨킨은 아직도 저작권이 남아 있는 상태다.

'반지의 제왕' 영화화 등으로 유명해진 톨킨의 저술이라면 무엇이든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리라는 것은 너무도 뻔한 예상이다.

따라서 원고 발굴자의 권리와 저작권자(재단)의 권리 사이에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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