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수익률로 직원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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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수익률은 증권업계의 마지막 존재가치다. 그동안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증권사로 온 고객에게 실망을 안겼다. 지금 업계가 어려운 건 우리가 자초한 면이 크다. 그래서 회사의 이익보다 고객의 수익을 우선하는 직원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을 바꿨다.”

 강대석(55·사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8년부터 18년간 신한금융투자에 몸을 담았다가 2005년을 끝으로 7년간 회사를 떠나 있었다. ‘위기의 시대’에 ‘친정’을 살리라는 임무를 띠고 올해 초 여의도로 돌아왔다.

 강 사장은 최근 증권업계가 겪는 불황이 단지 주식시장 상황이 나빠서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조금만 버티면 좋은 시절이 올 거라고 낙관했다간 정말 ‘좋은’ 시절이 와도 살아나지 못할 수 있다”며 “수익 구조나 고객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바꿔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도입한 제도가 고객 수익률로 직원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때로는 증권사의 이익과 고객의 수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자산을 임의로 매매한다거나 약정액을 채우기 위해 지나치게 잦은 매매를 권하는 것 등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회사의 이익을 늘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로 보면 고객을 떠나게 해 회사에는 오히려 손해다.

 그러나 고객 수익률을 높이면 회사 이익이 늘어난다는 주장에 대해선 아직까지 이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당장 직원이 주식 약정액을 늘리지 않으면 회사 이익은 줄어든다. 그런데도 강 사장이 ‘고객 수익률이 우선이다’고 강하게 믿는 건 그의 경험 때문이다.

 강 사장은 과거 ‘영업통’으로 불렸다. 외환위기 직후 서울 압구정지점으로 갔을 땐 “고객 수익률이 최선이고, 그렇게 고객 수익률을 높이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러면 돈은 따라오게 돼 있다”며 직원을 설득했다. 1년 만에 지점 자산이 1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 늘었다고 한다.

 고객 수익률 평가 시스템 도입 후 실제로 이 증권사의 개인고객 총 자산은 지난해 말 28조9000억원에서 11개월 만에 33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3~9월 포상을 받은 고객 수익률 우수직원(상위 10%, 88명)의 자산은 1인당 평균 17억6000만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직원은 평균 6억3000만원 느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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