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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를 딛고 다시 무대에|독창회를 앞둔 이인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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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과거에 대해선 묻지말고 현재를, 그리고 장래를 평가해 주십시오.』 오는 11일 독창회를 앞두고 모든 정열을 노래에 쏟고있는 「테너」 이인범씨-.
그는 숱한 화제와 쓰라린 상처를 갖고서도 굽힐줄 모르는 노력으로 곤경을 극복한, 어쩌면 신비스런 음악가다. 『아마 우리나라 음악인중에서는 저와 김천애여사가 가장 많은 공연을 가졌을 겁니다. 만주까지도 갔었죠』-젊은날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다보며 그는 소년처럼 흥분하고 있었다. 1940년 「전일본음악콩쿠르」에 수위로 입상해서 음악계에 「데뷔」한이래 올해로 꼭 25년-그가 이번 음악회에 거는 기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공연이 중요합니다. 제가 마음먹은대로 성공한다면 앞으로 몇년이고 계속 무대에 설 작정입니다만 그렇지못할 경우는 아주 은퇴해버릴까합니다. 은퇴한다는 것은 나이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성과 호흡법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레퍼터리」도 다채롭게 꾸미고 대체로 어렵지 않은 곡을 택해 대중과 접하려고 애썼다한다. 특히 우리가곡에 중점을 두어 다섯곡을 넣었다.
12년전 불의의 화상을 당했을때만 해도 무대에 설 생각은 아예 포기했었다고 그는 말한다. 흉한 얼굴을 도저히 남에게 보이고 싶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젠 그런것은 다잊기로 했읍니다. 그저 노래나 열심히 부르면 그것으로 씻겨지겠지요』 안경속의 눈빛이 갑자기 흐려졌지만 그의 잔잔한 미소는 음악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다행히도 목소리는 변하지않아 더욱 공부에 전념할 수가 있었읍니다. 그동안 배운것도 많고…. 안사람과 식구들에게 너무도 많은 부담을 줘서 무어라 말할 수가 없군요』옆에서 잠자코 듣고있던 부인이 고개를 숙였다. 재기독창회의 반주를 했던 부인 이정자여사는 재작년부터 그 「영광의 건반]을 따님(방숙)에게 물려준 이후 더 신경이 쓰여진다고 말했다.
『언제나 건강하시기만 바랄뿐입니다. 너무 열심히 노래만 하셔서 오히려 안타까울때도 있지요』 남편을 절망에서 끌어올리고 남편대신 모든 일을 해낸 아내답게 이미 그의 얼굴에도 주름살이 깊게 패어있었다. 올겨울 미국으로 「피아노」공부를 떠나는 방숙양은 아버지의 노래를 반주할 때가 제일 힘들고 떨린다고한다. 그는 서울에서의 공연이 끝나면 14일은 대전에서, 16일은 대구에서 각각 순회공연을 가질예정이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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