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배달서비스로 인심 얻어 고객 대다수가 20년 넘는 단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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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대형마트, SSM, 인터넷 쇼핑몰 등으로 전통시장이 장사가 안 돼 어렵다. 아산의 전통시장 온양온천시장은 상인회가 뭉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온양온천시장은 특색 있는 점포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오랜 기간 자기만의 노하우로 장수하는 가게들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그들이 있어 재래시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들의 이웃이기도 한 터줏대감들의 삶과 비결을 들어보았다.

글·사진=조명옥 기자

온양온천시장에서 ‘국제사’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혜교 사장. 시장 내 시민약국 자리 옆에서 작은 점포로 시작해 두세 번 점포를 옮기기는 했지만 38년 동안 온양온천시장을 떠나지 않고 장사를 하고 있다. 오씨의 아버지는 대전 동화전구에서 근무했다. 충남 전 지역을 무대로 일을 하다 보니 온양지역에 사무실이 필요해 가게를 열었다. 이후 오 사장이 1974년 물려받게 되면서 전기상으로서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됐다.

‘싸고 좋은 제품’ 38년 이어 온 비결

“1980년대가 가장 호황이었다. 농촌까지 120볼트 전압의 전기를 확대하던 시기다. 전기 재료 소비가 굉장했다.” 오 사장은 90년대 이후 다양한 전기제품과 유통경로의 다변화로 전기재료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취급하는 품목을 가전제품과 조명 등으로 다양화했다.

신제품에 대한 공부도 해야 했고 싸고 좋은 제품을 구비해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과 대전을 번갈아 오가며 제품을 구입해와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아 싸고 좋은 제품을 구비할 수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고쳐주고 닦아주면서 오래 쓸 수 있도록 했는데 예전보다 편하고 값싼 제품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지금은 사람들이 고장 나면 고쳐 쓰기보다 새로 구입한다.” 오 사장은 그래도 국제사의 오랜 전통인 고장 난 제품 성실히 고쳐주고 작은 부속이라도 구해 주던 명맥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그동안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라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지금의 어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웃을 때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38년 동안 온양온천시장에서 국제사를 운영하고 있는 오혜교씨.

배달서비스로 어려움 극복

가게가 온천시장의 중심부에 있지 않으면서도 손님이 꾸준한 비결을 물었다. “소매만 하는 게 아니고 도매도 하고, 배달도 하기에 단골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국제사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산 물건을 들고 시장을 보는데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국제사는 전화번호와 주소만 남기면 손님이 산 물건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찾는 물건이 가게에 없을 경우 주문을 하면 타지에서라도 꼭 구입해서 두 번 수고로움 없이 책임지고 배달해 준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 대다수가 20~30년 된 단골이고 대를 잇는 고객들도 많다. 비록 시내에 크게 자리한 전문매장이 아니고 전통시장 안에 작게 자리하고 있지만, 가게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오씨는 시작할 때부터 아내와 함께 일했다. 오씨는 “(부부가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서로 성격이 달라 손님을 대하거나 가게 운영에서 서로 보완이 되는 것은 장점인데 매일 같이 있다 보니 가끔 다투기라도 하면 며칠씩 말을 서로 안 해 어색한 경우도 많다. 그래도 오랫동안 같이 장사를 하다 보니 이제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말없이 통한다고 한다.

가게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생각이고 한다. 또 앞으로 힘든 이웃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오씨는 웃음치료사 자격증 과정을 준비 중이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게 사는 것이 소망이다. 또 전통시장 상인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 다시 찾아오고 싶은 시장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오 사장은 온양온천시장을 사랑하는 온양시장의 터줏대감이다.

문의전화 041-545-3884

국제사의 취급 품목

각종 전기 재료, 밥솥, 면도기, 찜질기, 황토매트, 드라이기, 전기히터, 전기장판, 그 외 가전제품 및 전기제품 부속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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